말다툼으로 기분이 상한 대리기사가 차를 도로 한 가운데 세우고 사라진 탓에 만취한 차량 소유자가 300m 직선 거리를 직접 운전한 것은 죄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정욱도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약식 기소된 임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임씨는 3월 23일 술을 마시고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92% 상태에서 대리기사 문모씨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심하게 다퉜고 화가 난 문씨는 임씨가 잠이 든 사이 왕복 4차로인 서울 구로구 개봉고가차도 내리막길에 차를 세우고 그대로 떠났다. 얼마 뒤 잠에서 깬 임씨는 대리기사가 사라진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임씨는 300m 정도를 직진해 고가도로를 내려왔지만 술 기운에 제대로 주차하지 못하고 2차로 횡단보도 인근에 차를 세워뒀다. 임씨는 이후 걸어서 2㎞ 거리인 자택에 도착했으나 이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본 경찰에 적발됐다.
재판부는 “임씨가 운전을 한 것은 대리기사에 의해 초래된 위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긴급피난으로 보인다. 차가 세워진 곳도 왕복 4차선 고가도로의 내리막길 한 가운데로 상당한 교통 정체 및 사고 위험이 있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