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6일 일본의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한다. 태평양 전쟁 발발지를 찾는 이 같은 일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한달 앞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기 미국 정부에 보내는 선제적 구애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5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6~27일 제2차 세계 대전 발발지인 진주만을 찾아 전쟁 희생자들을 추도하겠다고 밝혔다. 1941년 12월 일본이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군 태평양 함대를 기습 공격해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지 75년만이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당시 일본군의 공격으로 침몰한 애리조나호에 마련된 기념관에서 헌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두 번 다시는 참화(비참한 재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를 향한 결의를 보여 주고 싶다, 동시에 일본과 미국의 평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기회로도 삼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방문에 맞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하와이를 찾아 두 정상이 함께 희생자를 기리는 외교 이벤트를 연출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올해 5월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廣島) 방문의 답방 의미를 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마지막 정상회담과 관련해 “지난 4년을 총괄해 미래를 향한 동맹강화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며 “지금까지를 집대성하는 마지막 정상회담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도중 오바마 대통령과 잠시 만나 대화 했을 때 진주만 방문을 합의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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