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최대 행사인 ‘2017 조선해양의 날’이 두 차례 연기 끝에 결국 취소됐다. 2004년 첫 개최 이후 행사가 열리지 않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만큼 조선업계의 골병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오는 22일 개최 예정이던 조선해양의 날 행사를 열지 않는다고 5일 밝혔다. 올해 행사는 당초 9월 23일로 일정이 잡혔지만 조선업계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지난달 2일로 미뤄졌다. 이어 다시 이달 22일로 연기됐다 결국 취소된 것이다. 행사는 열리지 않아도 유공자 정부 포상은 별도로 이뤄질 예정이다.
협회 측은 “조선해양의 날은 축하하는 자리인데 요즘 상황과 어울리지 않아 취소가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선해양의 날은 상선 수주 1,000만톤을 돌파한 1997년 9월 15일을 기념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됐다. 그 동안 주요 업체 경영진이 모두 참석할 정도로 비중 있는 행사였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회원사들의 경비 절감 차원에서 조직 규모도 줄이기로 했다. 서영주 협회 상근 부회장이 이달까지만 근무하고 물러나면 부회장직을 없애고, 유병세 전무가 실무를 담당한다.
한때 세계 조선업계를 호령한 국내 업체들은 처참한 수주절벽에 신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연간 목표를 195억 달러에서 94억9,500만 달러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마저 현재 달성률은 65%에 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연초 목표 108억 달러를 62억 달러로 줄였지만 현재 수주액은 13억 달러, 달성률은 21%다. 삼성중공업도 수주액이 8억 달러로, 목표 달성률은 15% 수준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선주사가 발주를 취소한 ‘선박 호텔’의 선수금 일부를 돌려줬고, 지난해 10월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6억2,000만 달러 규모 반잠수식 시추선 발주계약 해지도 통보 받아 중재를 신청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미주지역 시추업체로부터 드릴십 2척에 대한 인도 연기 요청을 받는 등 선주가 계약을 취소하거나 인도 시점을 늦추는 사례가 이어지며 업체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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