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억 횡령ㆍ배임ㆍ뇌물ㆍ위증 혐의
“투자자-점주에 막대한 피해 죄송”
“경솔한 행동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구속됐고 투자자들과 대리점주에게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남성민) 심리로 열린 횡령 및 배임, 뇌물공여, 위증 혐의 재판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검찰은 이날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 검찰 수사관, 법조 브로커가 줄줄이 구속된 법조 비리의 진원지였던 정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흥분한 상태로 자신의 무죄를 거듭 주장했다. 특히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현금과 외제차를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형제 같은 호의와 법률적 조언에 감사한 마음으로 준 것이지 대가를 바라고 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인기 제품을 베껴 판매한 사건이 김 부장판사가 재직한 법원에 배당되자 전화를 건 이유를 검찰이 추궁하자 “내 입장과 화장품 업계에 대해 설명했을 뿐 결코 청탁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검사가 검찰에 유리한 진술만 조서에 넣었다”고 말했다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까지 재력으로 매수하려 한 점, 일반 국민에게 사법 불신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끼친 점 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이후에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구형 이유를 들으며 고개를 가로젓던 정씨는 징역 7년이 구형되자 체념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정씨의 변호인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회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점, 판사의 법률적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느낀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에 관련해선 “당시에는 김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기 전이라 직무연관성이 낮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자금 18억원과 계열사인 SK월드 자금 90억원 등 총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김 부장판사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레인지로버 차량을 포함해 총 1억5,0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네고, 자신이 고소한 사건을 청탁하며 검찰 수사관 김모씨에게 2억5,500만원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와 수사관 김씨도 구속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3일 오전 10시30분에 진행된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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