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결 141일 중 105일 증빙이 가짜
남은 36일도 보충학습 근거 없어
중고교 교사 10명 검찰 수사 의뢰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0)씨가 출석으로 인정받은 승마 훈련이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 고교 졸업이 취소됐다. 정씨의 중ㆍ고교 교사 10명은 출결 및 성적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앞서 이화여대에서 입학 취소 및 퇴학 조치를 당한 정씨는 최종 학력이 ‘중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정씨가 나온 청담고등학교와 선화예술학교(중학교)를 특정 감사한 결과,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학사 관리와 성적 특혜가 광범위하게 발견돼 졸업 취소, 생활기록부 기재 사항 수정, 수상 자격 박탈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정씨의 청담고 3학년 재학 중 훈련을 이유로 공결(출석 인정 결석) 처리된 141일 중 105일에 해당하는 공문서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62일 간의 국가대표 합동훈련(2014년 3월 24일~6월 30일)과 43일간의 2014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훈련(2014년 7월 1일~9월 24일) 기간 동안 학교 측에 대한승마협회에서 발급한 훈련일지를 제출했으나, 실제 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나머지 36일도 보충학습을 받았다는 근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각 학년 과정을 수료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수업일수(193일)의 3분의 2(129일)를 채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중간 감사 결과 발표에서 정씨가 고교 3학년 재학 당시 단 17일만 출석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 공결 처리 근거 역시 허위로 밝혀져 수료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민종 감사관은 “지난달 16일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10명의 변호사에게 정씨의 졸업 취소 여부를 물었더니 7명은 해당 내용이 졸업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씨 측 담당 변호사에게 해당 사항들을 확인하기 위해 질문서를 발송했으나, ‘자료를 일절 갖고 있지 않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최씨 모녀와 정씨에게 출석 및 성적 특혜를 제공한 교사 10명(청담고 7, 선화예술학교 3) 등 12명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정씨가 재학 중일 당시 청담고 교장 2명과 체육부장교사, 정씨 담임교사 등이 포함됐다.
체육특기자 제도도 전반적으로 손보겠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이다. 승마협회와 같은 체육단체가 학사농단에 공공연하게 개입한 만큼 체육특기자 비리가 정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생활기록부 기재 등 학사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부서에 전면적인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후속 조치를 주문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씨 모녀는 대한승마협회 허위 공문서까지 동원해 학교를 기만하고 공교육을 능멸했다”라면서 “학교가 어떤 권력과 금력의 압력, 회유에도 굴하지 않는 곳이 되도록 엄정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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