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이 승부차기를 모두 성공한 건 처음 봤다.”
황선홍(48) FC서울 감독은 지난 3일 FA컵 결승 2차전에서 수원 삼성과 승부차기를 마친 뒤 혀를 내둘렀다.
이날 경기는 말 그대로 혈투였다.
지난 달 27일 홈 1차전에서 2-1로 이긴 수원이 이날도 선제골을 넣으며 쉽게 우승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서울은 후반 막판 연속 2골로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에 이어 돌입한 승부차기도 양 팀의 피를 말렸다. 양팀 모두 1~9번 키커까지 한 치 실수 없이 성공했다. 서울과 수원 모두 1명씩 퇴장 당한 탓에 해 마지막 키커는 골키퍼였다. 여기서도 승부가 안 나면 이미 킥을 한 선수들부터 다시 돌아야 했다. 서울 골키퍼 유상훈(27)의 슛이 골대 위로 솟구친 반면 수원 양형모(25)는 침착하게 그물을 갈라 2시간30분이 넘는 혈투는 끝이 났다.
FA컵에서 20명 승부차기 참가는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지난 2013년 4월 7일 전남 드래곤즈와 강릉시청의 FA컵 32강전에서 나온 28명이 최고 기록이다. 양팀은 당시 득점 없이 비긴 뒤 팀 당 14명씩 무려 28명이 승부차기에 들어가 전남이 10-9로 이겼다. K리그에서는 26명이 최고 기록이다.
지난 2000년 6월 14일 부산 아이파크와 성남일화(현 성남FC) 경기에서 2–2로 비긴 후 팀 당 13명씩 26명이 참가해 성남이 11-10으로 이겼다. 당시는 리그 경기라도 무승부일 경우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국내 축구 전체로 확대하면 2004년 고교 축구에서 양 팀 합쳐 48명이 승부차기를 한 것이 현재까지 확인된 최고 기록이다. 2004년 8월 9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추계 고교연맹전 동두천정보고와 대구공고의 경기에서 두 팀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한 팀이 성공하면 다른 팀이 성공하고, 또 실축 하면 상대팀도 실축 하는 진기한 장면이 계속됐다. 11명이 두 번씩 승부차기를 하고, 세 번째 차례에 돌입했다. 드디어 동두천고의 24번째 킥(양 팀 합쳐 47번째)이 성공하고 대구공고 선수가 48번째 킥을 성공시키지 못해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가 찍혔다. 승부차기 스코어 21-20으로 동두천고의 승리였다. 승부차기에 걸린 시간만 30분이었다.
세계적으로는 지난 6월 체코 아마추어 리그에서 양팀 합쳐 52명이 참가한 것이 최고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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