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취임 후 8년간 집권
내년 총선 연임 유력에도 결단
존 키(55) 뉴질랜드 총리가 5일(현지시간) 전격 사임을 선언했다. 특별한 정정 불안이 없는 가운데 나온 50대 젊은 지도자의 급작스런 사임 발표에 뉴질랜드 정가가 도리어 술렁이고 있다.
키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주례 기자회견에서 “얼마 전 총리 취임 8주년 기념일을 보냈고, 국민당 대표로서도 10년을 채웠다”며 “지금이 물러나기에 적기”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도자들이 너무 오래 자리에 머무는 것 같다며 “이제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총리로서, 당 대표로서 일한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며 “재임 기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이제 이 ‘탱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3년 연임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키 총리는 2008년 말 취임했다.
키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에 적절히 대처하고 경제를 계속 성장으로 이끌며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정치인이다. 내년 총선에서 차기 총리로도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결정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키 총리는 “이번 일은 지금까지 내린 결정 중 가장 힘든 결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키 총리의 전격 사임 배경과 관련해 가족, 특히 부인의 권유에 주목하고 있다. 키 총리도 사퇴 기자회견에서 “총리직 수행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큰 희생이 요구됐다”며 “지금은 총리직에서 물러나 가족과 함께 해야 할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키 총리는 두 살 연하의 부인 브로나를 고등학교 시절 만나 1984년 결혼했으며 1남 1녀를 두고 있다.
키 총리는 12일 공식 물러나며, 국민당도 같은 날 후임 당 대표와 총리를 선출한다. 전임자인 헬렌 클라크 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존 키는 총리로 8년을 보내는 동안 뉴질랜드를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일했다”며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결정을 존중하며 앞날의 건투를 빈다”고 격려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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