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에서 복지 관련 지출이 정부안보다 줄어든 것은 10년 만의 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년 정부안보다 줄어들었던 국방 예산은 5년만에 처음으로 국회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그대로 유지됐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확정된 복지ㆍ노동 관련 예산은 정부안(130조원)보다 5,000억원 줄어든 129조5,000억원”이라며 “복지예산이 국회에서 감액된 것은 10년만”이라고 말했다. 정부안대로라면 올해 예산 대비 내년 복지지출 증가율은 5.3%가 되어야 했지만, 국회의 삭감으로 증가율이 4.9%에 머무르게 됐다.
복지예산이 정부안보다 삭감된 것은 2006년 정기국회(17대 국회)가 심사한 2007년 예산이 마지막이었는데,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와의 사이가 나빴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조작 사건 등이 발생하는 바람에 보건ㆍ의료 관련 지출이 상당 부분 깎였다. 반대로 매년 정부안보다 깎이던 국방예산은 40조3,000억원으로 그대로 유지됐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민원사업 증액 요구가 이어지면서 실세 의원들의 ‘쪽지예산’이 막판에 대폭 반영됐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정부 기준상 쪽지예산을 실제 지출 증가에 반영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춘섭 실장은 “정부는 국회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된 요청이 아닌 경우,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임위나 소위에서 증액 요청이 제기되어 심사 책자에 기록으로 남은 것 중에서만 증액을 했다는 얘기다. 다만 언론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원래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회 증액 심사과정에서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 때문에 새로 반영된 예산 항목은 실제로도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부가 대폭 깎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국회가 상당 부분 되살린 것과 관련, 박춘섭 실장은 “정부안에서 1조9,000억원 줄이기로 했다가 국회가 삭감폭을 1조5,000억원으로 낮췄는데, SOC 투자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하야하는 상황이 발생해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내년 대선 예산은 이미 1,801억원 반영돼 있다”면서 “(조기대선은) 생각 안 해봤고 논의해 본 적도 없으며, 추후 변동사항이 생기면 예비비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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