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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 논하지 말라…마리 프로젝트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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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 논하지 말라…마리 프로젝트는 계속”

입력
2016.12.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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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이 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임 1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2017년 전시라인업 및 중점사업을 공개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이 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임 1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2017년 전시라인업 및 중점사업을 공개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지난 1년 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보다 가시적인 성과들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시점에서 사임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은 5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초 외국인 관장으로 세간의 많은 관심과 우려 속에 한 해를 보낸 마리 관장은 내년 중점사업을 공개하며 “향후 한국근현대미술의 세계화 및 아시아 내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삼는 한편 모든 국민에게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이는 것을 의무이자 도리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마리 관장은 “한 해 동안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 힘썼다”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훌륭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3일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예산이 지난해 대비 약 45% 증가한 것을 들면서는 “혁신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2016년 499억원이었던 전체 예산은 내년에 724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는 일명 ‘마리프로젝트’라 불리는 신규 사업 예산 42억원이 포함돼 있고, 소장품 구매 예산 역시 53억원에서 61억원으로 15% 증가했다.

마리 관장은 임기 이후인 2019년까지 주요 전시 계획을 연내 조기 확정하고 전시 및 공동 제작, 해외 순회전 등을 사전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전시 회의 시스템 심의 단계를 간소화(기존 5단계에서 현 3단계로)해 시의성 높은 전시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고, 학예연구직 전문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 분과회의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세계적 미술관으로 도약 및 국내 역량 있는 작가를 국제 무대에 알리기 위해 출판 시스템도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리 관장은“영문 전시 도록은 한국미술 세계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영문 버전으로 도록을 출간하고 도록의 전반적인 품질을 향상시켜 해외 서점 유통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이 각각 관별 정체성을 반영한 2017년 전시 라인업도 이날 공개됐다. 마리 관장은 “전통과 모더니티, 동시대를 연결하는 데 있어 국립현대미술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한 데 묶여 있기는 하나, 과천관은 ‘세계 속의 한국현대미술사 정립’, 덕수궁관은 ‘한국 근대사 및 근대성 정립’, 서울관은 ‘폭넓은 동시대미술 수용’이라는 개별 목표 아래 운영되고 있다.

내년 전시에는 미국 팝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의 대규모 연작을 소개하는 ‘그림자들’을 비롯해 탈 서구 관점에서 모더니즘 역사를 보는 ‘이집트 초현실주의자’ 등 굵직한 해외 전시가 다수 포함됐다. 2013년 이후 미술관이 구입한 소장품을 소개하는 등의 다양한 주제로 전시를 구성해 소장품 이용도 확대할 예정이다.

관별 특성화 현장 제작 프로젝트도 강화한다. 마리 관장은 “올해는 관장 부임 전 이미 확정됐던 전시를 최상의 수준으로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향후 전시는 특정한 문화 정체성이 글로벌 무대에 효과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미술전문잡지 월간미술은 12월호에서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미술관 업무를 총괄적으로 이해ㆍ판단하고 결정ㆍ해결하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적 비전을 제시하는 행정력도 경비한 디렉터 관장이 필요하다”며 “마리씨는 자진해서 그 자리를 내려놓고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칼럼을 통해 “마리를 굳이 관장에 임명한 표면적 배경엔 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자는 목적이 깔려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리 가시적이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마리 관장은 조기 사임을 일축하며 “짧은 시간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이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한국미술 국제화와 관련 성과가 미미하다는 미술계 안팎의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스페인국립미술관 등 여러 기관과 협약 체결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을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기관의 첫 외국인 수장으로 선정돼 취임 전부터 많은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네덜란드 현대미술센터인 비테 데비트 예술감독, 스페인 현대미술관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관장 등을 맡았다. 국내 미술계 학연 문제 타파 및 한국미술 국제화 등을 이유로 선임됐으나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관장이 선임한 점,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점 등의 문제가 미술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국립현대미술관 2017년 전시 일정(전시명은 가제)

과천관

▲송번수(3~6월)

▲레슨(3~6월)

▲소장품전-한국 근현대미술의 이슈들(4월~2018년 4월)

▲윤승중(4~8월)

▲한정식(4~8월)

▲3층 회랑 프로젝트(5월~)

▲심문섭(7~10월)

▲역사를 몸으로 말하다(9~2018년 1월)

▲1990년대 이후 한국건축운동(9월~2018년4월)

▲리처드 해밀턴(11월~2018년1월)

▲과천관 야외 프로젝트 시리즈(연중)

덕수궁관

▲예술이 자유가 될 때-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4~7월)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2017(9~11월)

▲신여성(10월~2018년 3월)

서울관

▲앤디워홀-그림자들(2~6월)

▲소장품전-무한한 타자들(3~8월)

▲2013-2016 신소장품(2~7월)

▲불확정성의 원리(5~9월)

▲블랙박스 포럼(6~8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10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7(7~10월)

▲올해의 작가상 2017(9~2018년 2월)

▲대한항공 박스프로젝트 2017(10월~2018년 9월)

▲요나스 메카스-영원의 조각들(11월~2018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시리즈 2017-임흥순(11월~2018년 6월)

▲MMCA 필름 앤 비디오(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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