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달 120만명 가입 불구
최근 해지 늘며 계좌수 순감
과세 혜택 400만원으로 두배 ↑
만 60세 이상 소득무증빙 가입 등
세제혜택ㆍ가입대상 확대 추진
“세제당국 반발ㆍ낮은 수익률 탓
실효성 거둘수 있을지 의문”
올 들어 ‘국민 재테크통장’으로 기대를 모으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범 1년도 안 돼 존재감을 잃으면서 금융업계와 당국이 ‘ISA 살리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초반 반짝 인기가 무색하게 최근엔 계좌 수마저 줄어들자 업계에선 ‘주니어 ISA’ ‘ISA 시즌2’ ‘ISA 시즌3’ 등 대안 아이디어가 난무한다. 하지만 추가 재정부담을 꺼리는 정부와 일각의 부자혜택 비판, 그리고 낮은 수익률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아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14일 출시돼 그 달에만 120만명(1인당 1계좌)을 끌어 모았던 ISA의 인기는 최근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10월엔 신규 가입자보다 해지하는 사람이 더 많아 2,561계좌가 ‘순감’하기도 했다. 여기에 여전히 전체 계좌의 70% 가량은 가입액이 10만원에 못 미치는 ‘무늬만 계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근로ㆍ사업소득자와 농어민으로 가입자격을 제한한데다, 5년 동안 돈을 계좌에 묶어 놓아야 하지만 정작 비과세 혜택은 크지 않은 탓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특히 지난 8월엔 수익률 공시 오류 문제까지 터지면서 상품 자체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졌다.
이처럼 ISA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백방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가입대상, 세제혜택 등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ISA 개선에 필수적인 세제당국의 동의를 얻기 위해 꾸준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성인으로 한정된 ISA 가입대상을 어린이까지 확대하는 ‘주니어 ISA’를 추진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일 정부ㆍ업계와의 교감 속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개정안은 ISA 비과세 혜택을 현재의 2배(200만→400만원)로 높이고 만 60세 이상은 소득증빙 없이 가입을 허용하도록 대상도 확대했다. 또 긴급 자금이 필요할 경우 납입원금의 30% 이내에서 연 1회 중도인출도 허용했다. ‘ISA 시즌2’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금 상태라면 ISA는 조만간 사장될 것”이라며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이번 개정안이라도 꼭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한발 더 나아가 대학생ㆍ주부ㆍ미성년자 등까지 가입대상을 전면 개방하고 가입기간도 영구화하는 ‘ISA 시즌3’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벌써부터 내놓는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ISA 시즌2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ISA의 혜택을 넓히려면 줄어드는 세수를 감수해야 하는데, 일단 세제당국(기획재정부)의 반발이 심하다. 여기에 여전히 저소득자의 ISA 가입비중이 30%에 불과한 상황에서 ISA 비과세혜택을 늘리면 고소득층만 덕을 본다는 ‘부자 혜택’ 정서도 적지 않다. 실제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이를 이유로 ‘총급여 5,000만원 또는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인 사람 및 농어민’만 ISA에 가입하도록 한 조특법 개정안을 지난 10월 발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낮은 수익률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이다. 일임형 ISA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0.13%)인데다 누적수익률도 1.52%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혜택을 준다고 해도 수익률이 살아나지 않으면 큰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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