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 1월 내놓은 ‘올 뉴 K7’은 준대형 세단의 최강자로 군림한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단번에 2위로 끌어내렸다.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소비자에게 합격점을 받았다는 의미다.
하이브리드의 원조 도요타 특허를 피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현대ㆍ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높은 연비로 효율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올 뉴 K7 하이브리드는 이처럼 검증이 끝난 제품과 인정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결합체다.
출시일 기아차가 마련한 언론 시승회를 통해 K7 하이브리드를 체험했다. 시승 거리는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출발해 경기 남양주시 동화컬처빌리지를 경유해 돌아오는 도심 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춘북로 등이 적절히 섞인 92㎞구간이었다.
계기판이 조금 다를 뿐 K7 하이브리드 내부는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 모델과 같았다. 운전석의 느낌도 마찬가지였지만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자 하이브리드만의 강점이 선명해졌다. 조용하면서도 빠른 순간 가속력이다.
K7 하이브리드는 2.4 가솔린 엔진에 항상 일정한 토크(회전력)를 뿜어내는 모터가 가세해 부족하지 않은 힘으로 속도를 높여갔다. 하이브리드에서만 가능한 ‘능동부밍제어’가 적용돼 디젤 엔진처럼 시끄럽지 않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능동부밍제어는 모터의 역(逆)방향 토크로 분당회전수(RPM)가 낮은 구간에서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배터리 용량이 구형 K7 하이브리드의 5.3암페어시(Ah)에서 6.5Ah로 23% 증가, 모터로만 달리는 전기차(EV) 모드의 성능도 향상됐다. 고속도로에서 가속 시 시속 90㎞ 언저리까지는 EV 모드가 유지됐다.
W호텔에서 동화컬처빌리지까지 46㎞를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16㎞/ℓ로, 인증 연비(16.2㎞/ℓ)와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92㎞ 왕복 주행을 마친 뒤 최종 연비는 17.8㎞/ℓ까지 올라갔다. 갈 때는 도로가 뻥 뚫렸지만, 돌아오는 길은 정체가 있었던 영향이다. 도로가 막히면 속도를 못내 모터 주행이 잦고, 결과적으로 연비가 높아지는 하이브리드차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났다.
주로 소형차에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점차 중형차, 대형차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연비와 함께 크기나 품격 등 다른 가치도 동시에 추구하려는 욕구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요타의 소형차 ‘프리우스’보다 렉서스의 준대형 세단 ‘ES300h’가 국내에서 3배나 많이 팔리는 것도 연비가 하이브리드의 최고 덕목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K7 하이브리드 역시 소형차보다 준대형 세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국산 대표로 부족함이 없다. 세제 혜택 제공 시 판매가는 3,495만~3,880만원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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