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전화에 트럼프가 응해
美ㆍ中 수교 후 첫 정상 간 통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전화 한 통화로 중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후보 시절 공언했던 대중 압박외교의 첫 사례로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중국은 차이 총통에 화살을 겨눈 채 미국 측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하는 선에서 반발 수위를 조절했지만 일각에선 미중관계의 악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2일(현지시간) 저녁 차이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차이 총통이 당선 축하인사차 걸어온 전화에 응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통화는 1979년 미중 국교 정상화 이후 미국 대통령과 대만 총통 간 첫 공식통화라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 입장에선 미중 양국이 합의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中, 대만에 ‘장난질’ 강력 비난
美엔 ‘하나의 중국’ 원칙만 강조
실제 중국은 트럼프-차이 통화 사실이 전해진 뒤 전방위적으로 반발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양국관계가 재정립되는 상황임을 감안한 듯 의식적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4일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미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초석”이라며 “미국 정부가 수십년간 견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유관방면(당국)에 엄중한 항의를 제기했다”면서도 “우리는 미국 당국에 공동 코뮈니케의 약속 준수와 대만 문제의 신중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신 차이 총통을 향해선 날선 비판과 경고를 쏟아냈다. 왕 부장은 “대만 측이 일으킨 ‘장난질’로 국제사회에 이미 형성된 하나의 중국 틀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쏘아붙였다. 관영 환구시보도 “차이 총통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만 총통’ 호칭에 큰 보물을 얻은 것처럼 환호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한 데 따른 정치적 위기 돌파용임을 누가 모르겠느냐”면서 “중국은 대만의 무분별한 행동을 징벌할 능력이 있으며 이 능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對中 협상 카드 활용” 분석
미국 언론들은 이번 통화를 트럼프 당선인 측의 계산된 행동으로 평가하면서도 미중관계 악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측이 대만 문제를 향후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분석한 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고착된 미중관계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시도였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오빌 셸 미중관계센터 소장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움직임 등을 들어 “대만해협의 현상유지를 지지할 필요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트럼프-차이 통화를 긍정평가했다.
중국 측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 측이 양안관계를 지속적으로 흔들 경우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때 양국 간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볼 것”이라며 “중미관계의 양상은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 측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왕둥(王棟) 베이징대 교수도 “트럼프-차이 통화는 중국의 잠을 깨우는 통화였다”며 “6개월 또는 1년의 험난한 중미관계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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