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3일 통과시킨 내년 예산안(총지출)의 총계는 400조5,459억원이다. 정부가 제출한 400조6,963억원에 비해 불과 1,504억원이 깎였을 뿐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안과 국회 확정예산의 차이는 제법 크다. 4조1,979억원이 깎이고 4조475억원이 늘어나면서 총량만 거의 동일할 뿐 주요 부문별 배분 예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깎였던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의 ‘부활’이다. 정부가 “SOC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보고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지출을 8.2% 깎기로 안을 마련했지만, 국회는 정부안보다 4,000억원을 더 늘려 잡으며 올해 본예산 대비 삭감폭(-6.6%)을 줄였다. 서해선 복선전철 예산이 5,183억원에서 5,833억원으로 650억원 늘었고, 이천~문경 철도 건설비가 2,726억원에서 2,876억원으로 증액됐다. 전남 보성군과 목포시를 잇는 보성~임성리간 철도 건설 예산 역시 1,561억원이었다가 2,211억원으로 증가했다.
교육 예산도 정부안보다 1조원 늘었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확보를 위해 국비 8,600억원을 3년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쌀값 하락 탓에 쌀직불금 예산이 정부안보다 5,000억원 증액되면서 농림ㆍ수산ㆍ식품 예산이 1,000억원, 지진 경보 및 내진 설계 관련 예산(1,400억원 증액)이 늘면서 공공질서ㆍ안전 분야 예산도 1,000억원 증액됐다.
반면 보건ㆍ복지ㆍ고용 분야 예산은 대폭 줄었다. 정부는 내년 복지 관련 지출을 130조원으로 잡아 국회에 올렸지만, 국회는 5,000억원을 깎아 129조5,000억원으로 확정했다.
국방 예산은 40조3,000억원으로 정부안과 같았지만, 군 방위력 증강이나 예비군 처우개산 쪽에 지출을 좀 더 늘리는 쪽으로 조정했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킬체인,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예산을 정부안보다 1,000억원 늘렸고, 예비군 동원훈련 막사에 냉난방기를 설치하는 사업이 새로 책정돼 예산 27억원이 배정됐다. 구식 군 구급차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예산 역시 22억원에서 51억원으로 늘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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