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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트럼프와 펄펄 끓는 중동

입력
2016.12.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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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직 인수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전반적인 정책 검토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어떤 정책을 유지하고 어떤 정책을 버리거나 변경할지 결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꾀하려는 듯하다. 그중에는 긍정적인 것도 있다.

반면 기존 정책 중 어떤 것들은 반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버려질 것 같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12개국이 가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상원이 결정했으나 아직 비준하지는 않은 협정인데 운명이 이미 정해진 듯하다. TPP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한편 지식재산권을 혁신하고 전례 없는 수준으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텐데 매우 유감스럽다. 하지만 트럼프가 입장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다른 결정적인 정책에서 트럼프 정부가 가져올 변화는 환영할 만하다. 중동 정책 이야기다. 지난 두 정권인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정부는 중동 지역에 점진적 접근 방식을 취하느라 이곳에서 발생하는 사안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발칸 반도에 대해 윈스턴 처칠이 했던 말을 인용하자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역사를 만들어낸’ 중동 지역에 몰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이 지역에서의 역할 확대를 주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종종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이라크에서 3년 이내에 모든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면서 주둔군 지위 협정에 서명한 이는 미국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으로 몰아넣었던 부시 전 대통령이다. 이제는 미국인들을 설득할 만한 조건으로 그 기한을 연장하려고 해도 이라크 정치인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오바마 정부가 미군이 이라크의 사법제도를 따라야 한다는 이라크의 요구에 동의했다면, 독일과 일본에 주둔해온 것만큼 미군이 이라크에 남아있길 원하는 사람들과 미국 의회의 반응이 어떨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미군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고 이와 관련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실제로 철수가 완료된 뒤부터 중동 지역의 분쟁은 점점 더 많은 지역을 갈등으로 몰아넣으며 확대될 뿐이었다.

트럼프와 보좌진은 중동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중동에 관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수니 급진파처럼 지역 전체에 걸쳐 있는 난제들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양국 간 정책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계속 해외로 퍼져나가고 있는 급진주의 수니파부터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르시아만 인근 국가들이 모두 연관된 복잡한 사안이다. 과격주의자 그룹이 아라비아 반도로부터 원조를 받고 있긴 하지만 단지 그렇다고 해서 중동의 모든 악의 근원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돌리면서 응징하는 정책은 적절치 않다. 셰일 오일과 가스 덕에 미국은 에너지 자립으로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유럽 동맹국까지 그런 건 아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좀 더 강하게 밀어붙어야 할까.

급진주의 수니파의 맹공격에 대해 여러 면에서 피해자인 시아파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 총선에서 세 차례 승리했던 강인한 성격의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전 총리가 이라크의 수니파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이라크에서 수니파 급진주의가 끈질기게 이어지는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이라크 소수 수니파 중 일부는 이들이 중동에서 다수 시아파의 지배 아래 사는 유일한 수니파라는 점을 받아들이길 거부해왔는데 그것이 또 다른 원인이다.

다음으로는 지금 중동의 복잡한 사회ㆍ정치 역학이 발화하는 중심점인 시리아가 있다. 이 나라의 내전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반대 세력을 억누르려는 무자비한 독재자를 없앤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리아 내전은 여러 세력의 갈등으로 인한 것이어서 그중 누가 ‘좋은 편’인지 규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분명 첫 번째 공공의 적이고, 트럼프도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IS를 이라크 모술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으려면 신중하고 정교하며 미묘한 차이를 둘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새로 꾸리고 있는 국가안보 보좌진은 이를 잘 모르는 듯하다.

게다가 IS를 물리치는 것은 단지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와 관련된 외부 세력들도 상대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터키에 대한 효율적 정책을 고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터키는 시리아와 강한 이해관계가 있고 때로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상충한다. 터키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터키 지도자들이 유로대서양주의보다 중동에서의 한 세기 전 주장을 반복하는 데 더 신경 쓸 때, 미국은 다시 요령 있는 접근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에는 이란이 있다. 미국의 새로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이란과 핵 협상에서 발을 빼는 게 중동의 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까. 이란이 해결책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 협상을 포기한다면 중동의 혼란을 더욱 가중할 수도 있다.

미국은 최근까지 종종 중동에서 외교적 조치로 중요한 기여를 했던 이집트에 대한 정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안보의 많은 부분은 팔레스타인과 평화 협상 절차를 지지하기보다 이집트에 의존하고 있다. 그 절차가 이미 너덜너덜해 보이겠지만 더 악화할 여지는 아직도 충분히 많이 있다.

트럼프 정부는 외교 정책에 있어 미국을 최우선에 두고 국내 정책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국 문제를 살피는 계획을 종종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동에서 미국이 맡아야 할 역할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역할이 건설적인 것이기를 바란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 학장ㆍ국무부 전 차관보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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