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하자 중국이 미국을 향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통화) 관련 소식을 접하고 미국 내 관련 인사에게 엄중한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겅솽 대변인은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다. ‘하나의 중국’원칙은 중미관계의 기반”이라며 “미국 관계자들이 대만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해 중미관계를 흔들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트럼프 인수위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한 국제정치 세미나에서 “대만의 허튼 수작으로 국제사회에 정착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수는 없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하나의 중국 정책은 건강한 중미관계의 초석이며, 이 기반이 손상되거나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 총통의 통화는 1979년 미국-대만 간 단교 이후 37년만에 양국 정상의 첫 직접 대화다. 이 때문에 이번 전화통화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비춰질 수 있어 양국 외교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며 “우리의 관심사는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 총통의 통화가 미중관계를 불확실성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북한 핵무기 제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파격 전화통화’가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혼선을 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 총통과 통화하기 불과 사흘 전인 지난 30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도 통화해 샤리프 총리를 “엄청난 인물”, 파키스탄을 “환상적인 국가”로 지칭한 점을 지적하며 “오바마 정부 하에서 인도와의 점진적 화해를 꾀하던 기존 노선과 배치되는 행동”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2년에 “파키스탄은 우리 친구가 아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6년 동안 은신처를 제공한 나라”라고 공개 비난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대만 총통이 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고맙다”고 적은 후 “미국이 대만에 수십억달러어치 무기를 판매하는데 내가 대만 총통의 축하전화도 못 받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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