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집회 방해된다" 눈총 세례




3일 5차 대구시국대회 5만 운집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사람들이 더 화가 났다. 3차 담화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국회에 공을 떠넘긴 데 대해 "대구사람들도 더 이상 속지 않는다"며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 주최로 3일 오후 열린 5차 대구시국대회엔 주최측 추산 5만여 명(경찰추산 8,000명)이 운집,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특히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방문할 때 상인들은 물론 시장, 구청장도 만나지 않고 8분만에 자리를 뜬 것이 더욱 화를 돋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집회는 지난주까지 열린 대중교통전용지구 대신 국채보상로 중앙네거리에서 공평네거리 사이 550여m 구간에서 왕복 6개 차로 중 4개 차로에서 열렸다. 지난달 26일 찬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5만 명 가까이 몰리면서 지하철 환풍구 등 안전문제가 제기됐고,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른 것이다.
빛나는 시민 참여의식
이날은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앞을 가리는 것은 정치인도, 정당의 깃발도, 취재진 카메라도 용납하지 않았다. 거리의 주인,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보여주려는 모습이었다.
늘품체조를 풍자한 ‘하야체조’로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며 집회를 시작했다. 자유발언 사이 마다 공연은 계속 이어졌다. 경북대 병원 노동자들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가 나와 ‘사랑의 배터리’를 개사해 불렀고, 성주사드투쟁위 전영미 문예팀장은‘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참석자들이 따라 부를 수 있게끔 지도했다. 참석자들은 노래가 나올 때 마다 ‘박근혜 즉각 퇴진’이라 쓰인 피켓과 촛불을 흔들며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횃불도 등장했다. 달서평화합창단 25명이 마무리 공연으로 뮤지컬 레미제라블 OST ‘민중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횃불을 든 사람들이 달려 나와 무대 앞을 지키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8살 쌍둥이 남매와 아내의 손을 잡고 현장에 나온 김수길(39ㆍ대구 동구)씨는 “5차까지 모두 가족들과 참석했다.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현장에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큰 교육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집회 분위기를 돋구고자 박근혜, 최순실 가면과 감옥 프레임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냉온탕 오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민심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그는 이날 오후6시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박대통령 퇴진촉구 서명운동’부스에서 서명을 하려는 순간 일순간에 시민들에 '포위'됐다. "의원님 사진 찍어요”라고 친근감을 표시하는 '우군'들이었다. 그는 일반 시민들과 셀카를 찍으며 서명하는 등 대구 사람들의 '환대'에 일순 감격했다.
하지만 30분 후 집회장을 찾았을 때는 상황이 180도 변했다. 안 의원을 향해 취재진들의 카메라플래시가 터지자 "안철수 꺼져라!”, "잘하는 게 뭐가 있다고” 등의 비난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사회자는 결국 “광장의 주인은 안철수 의원이 아니라 대구 시민입니다!”라며 취재진의 이동의 요청했고, 안 의원은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무대에서 마이크도 잡지 못하고 30여 분간 앉아있다 행진이 시작되자 슬그머니 자리를 떠야만 했다.
시내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국채보상로와 달구벌대로 2개 방향으로 나눠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사까지 포위하듯 행진한 뒤 오후 9시쯤 해산했다. 행진이 시작되자 다른 볼일을 보러 시내에 나온 시민들도 속속 합류했다.
새누리당사에 도착한 시민들은 당사 현판을 '내시환관당'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촛불집회에선 해산된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이 많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민중연합당관계자 등이 수감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과 이정희 옛 통진당 대표의 의원직 복권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구=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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