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모인 160만 시민(경찰추산 32만명)의 비판 농도는 6차에 접어든 촛불집회의 준엄함을 반영하듯 한층 짙어졌다. 특히 2차 행진 앞서 열린 문화제는 지난 집회와 달리 진행 시간을 절반 넘게 줄이고 청와대 포위 행진에 집중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6차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시민 자유발언으로 문화제를 시작했다. 자유발언 무대에 오른 시민들은 지난달 29일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와 탄핵 발의를 놓고 정치적 득실을 저울질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경기 평택시에서 온 고교 3학년 김벼리(18)양은 “우리 모두는 박 대통령이 명예롭게 내려오는 것을 원치 않고 역사상 가장 부끄럽게 내려오기 만을 바라고 있다”며 “대통령 담화문에 친박이며 비박이며 입장을 수시로 바꾸고 있는데 국민에 의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국가를 위한 정치를 하라”고 일갈했다.
▶ [영상] '6차 촛불' 자유발언
앞선 집회는 참가자 발언과 공연 등 문화 행사에 3시간 가까이를 할애했지만 이날은 진행 시간이 1시간30분으로 대폭 줄었다. 초청 연예인도 가수 한영애 뿐이었다. 한씨는 ‘조율’ 등 대표곡 4곡을 부른 뒤 “촛불의 힘으로 바뀔 수 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반드시 올 때까지 지치지 말아 달라”고 시민들을 다독였다.
문화제를 간단히 끝낸 참가자들은 오후 7시30분 일제히 종로와 서대문, 청운동길 등 6개 경로로 나뉘어 청와대 포위를 위한 전진을 시작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경복궁역을 거쳐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으로 향했다. 박 대통령이 성난 국민의 목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도록 청와대에서 보다 가까운 장소를 택한 것이다. 한 데 뭉친 단단한 민심을 대변하듯 행렬 사이사이에는 거대한 횃불도 등장했다. ‘촛불이 승리한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구호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엄숙한 분위기는 사전집회 때부터 감지됐다. 1~5차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과 국정농락에 관여한 인물들을 희화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풍자ㆍ패러디물은 한층 강해진 구호와 퍼포먼스로 대체됐다. 팻말 문구도 ‘탄핵이 양심이다’ ‘복종은 끝났다’ 등 정치권에 탄핵절차 개시를 압박하는 직접적 요구로 바뀌었다.
‘암흑 퍼포먼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주말에는 오후 8시에 일제히 촛불을 껐지만 이날은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히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 오후 7시 행사에 들어갔다. 시민들은 정각 5초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외친 후 1분간 촛불을 꺼 박 대통령에게 어둠으로 항의를 전했다. 직장인 김성태(25)씨는 “‘질서 있는 퇴진’은 시간만 끌려는 박 대통령의 꼼수에 불과했다”며 “국회는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지 말고 예우를 받을 자격도 없는 대통령을 빨리 탄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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