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시원하지만 밥 아니다. 나 같은 고구마는 배가 든든”
상승 기류 탄 이재명 촌평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거리로 나서 탄핵 여론몰이에 나섰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서 정국의 분수령인 3일 6차 촛불집회와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탄핵 여론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탄핵 표결에 머뭇거리는 새누리당 비박계를 압박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문재인의 호소(號召), 국민이 이깁니다’ 행사를 열고 “온 국민의 뜻이 대통령의 즉각 퇴진으로 모아져 있는데도 국회가 탄핵하지 못한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 의원들이 찬성해도 새누리당 의원들의 참여가 없으면 통과가 어렵다”며 “국민들이 좀 더 국회를, 새누리당을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촛불의 요구는 대통령 퇴진을 넘어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고, 세상을 제대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과거의 부정부패들, 구악들, 부패한 기득권 세력들을 전부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정한 ‘내년 4월 대통령 퇴진ㆍ6월 조기대선’ 당론에 대해선 “우리의 발목을 잡으려는 낡은 정치의 발버둥”이라며 “정계개편, 개헌논의, 4월 퇴진론이 그렇다”며 정치권의 시나리오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9일 야권이 주도하는 탄핵 표결이 부결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한 시민의 질문에는 “솔직히 걱정된다. 법적으로는 부결되면 다음 회기에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다”면서도 “(그 경우) 국민들도 ‘도대체 국회가 왜 존재하느냐’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모여든 시민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고, 문 전 대표 외에 김병기 도종환 손혜원 등 친문계 의원들도 발언을 이어갔다. 손 의원은 “9일 탄핵 의결이 되지 않으면 저는 ‘국회 해산하자’고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 참모들은 1인 시위나 서울 전역을 도는 촛불연설 등을 제안했으나, 문 전 대표가 탄핵을 발의ㆍ의결하는 국회는 물론 국민들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하겠다는 취지로 국회 앞 연설을 선택했다고 한다. 호소(號召)는 어떤 일에 참여하도록 마음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앞서 문 전 대표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박 대통령이 밝힌 임기단축에 대해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며 “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국민의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제3지대’ 가능성에는 “과거 3당 합당과 유사하다”며 “호남을 끌어들여 정권을 연장하려는 새누리당의 욕망이 만든 기획”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같은 당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 관련,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라며 호평한 뒤 “탄산음료는 밥이 아니다,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고 했다. ‘이 시장은 사이다, 문 전 대표는 고구마라는 얘기가 있다’는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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