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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딜레마… 박의 입만 쳐다보는 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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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딜레마… 박의 입만 쳐다보는 비박

입력
2016.1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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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표결 고심 거듭]

박이 던진 카드 덥석 물어

“하야 시점 밝혀라” 통첩 불구

야당 탄핵 직행에 협상 어려워져

표결 참여 여부 내부서도 혼선

청와대 물밑에서 비박계 회동 타진

“들어보자” “왜 만나나” 이견

2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피켓에 계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새누리당을 규탄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새누리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시작할 예정이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2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피켓에 계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새누리당을 규탄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새누리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시작할 예정이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탄핵 단일대오’를 짜며 압박했던 새누리당 비박계가 거꾸로 박 대통령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딜레마에 빠졌다.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는 2일 박 대통령이 당론인 ‘내년 4월 말 사퇴, 사퇴 전 2선 후퇴’ 수용 여부를 먼저 밝혀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내부에서조차 탄핵안 표결을 두고 견해가 엇갈리자 내놓은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비상시국위의 기류는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여야 협상 우선’으로 급속히 바뀐 상황이다.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야당을 향해 “협상에 임하지 않고 왜 무조건 탄핵 한 길만을 고수하는지 모르겠다”며 “매우 잘못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게는 “내년 4월 30일을 기준으로 명확한 퇴임 일정과 사전 2선 후퇴 메시지를 천명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박계 입장에선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오히려 더 홀가분하다. 당초 공언대로 야당과 함께 탄핵안 표결에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4월 말 사퇴 의사를 밝히더라도 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때다. 비상시국위는 이 경우 탄핵 표결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상시국위에 참여하고 있는 중진 의원들은 이날 “박 대통령이 하야 시점과 관련한 구상을 밝히면 그 때 가서 내용을 보고 탄핵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지금 예단해서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야당은 여야 협상 없이 9일 탄핵안 표결로 직행하는 분위기여서 탄핵안이란 공은 비박계가 끌어 안은 채 박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 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2일 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 박명재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2일 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 박명재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선 비박계가 박 대통령이 던진 미끼에 걸려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차피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을 걸 계산하고 자신의 진퇴 문제를 여야 정치권에 백지위임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헌법 상 국회가 대통령의 진퇴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길은 탄핵뿐인데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여야가 합의해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초헌법적 요구를 한 것”이라며 “비박계를 흔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기득권 근성’에서 원인을 찾는 분석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특유의 권력순종형 체질에, 몇 달만 버티면 박 대통령과 함께 친박계도 몰락할 테니 그때 당을 장악하려는 계산이 더해진 결과”라며 “대통령의 의도를 알면서도 걸려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물밑에서 비박계 의원들과 회동을 타진하는 것도 변수가 될 조짐이다. 자칫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자진 사퇴 입장을 듣고서도 탄핵을 추진한다’는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면담 여부를 비공식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황영철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생각이지만, 공식적인 제의는 아니었기 때문에 비상시국위에서 회동 여부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면담을 두고는 비상시국위 내부에서도 “내년 4월 말 사퇴 의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지 않겠나”, “굳이 이 시점에 박 대통령을 만날 이유는 없다” 등으로 의견이 갈린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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