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로드맵 가시화 장점
탄핵안 통과땐 즉각 직무정지
헌재 결정때까지 혼란 가능성
무산되면 촛불민심 격동 우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 ‘9일 탄핵’과 ‘4월 하야’로 좁혀지고 있다. 정치권은 퇴진 여부의 불확실성은 있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를 담보한 사법적 해법(탄핵)과, 퇴진은 확실하나 실제 퇴진까지 많은 난제를 풀어야 할 정치적 해법(하야)이라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
탄핵은 향후 정국의 로드맵을 딱 잘라 그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최장 180일간의 헌법재판소 심판이란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또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헌재의 탄핵 결정시 3월 대선(1월 인용)에서 8월 대선(6월 인용)까지 다양한 경우의 수가 생긴다. 혹시라도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거나 헌재에서 기각되면 촛불민심과 달리 박 대통령은 그 직을 유지하게 돼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이 불 것이 자명하다. 반면 탄핵은 국회 가결 즉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속한 권한 정지를 요구하는 민심과 야 3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다. 다만 탄핵이 가결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내년 4월 하야에 대해 여야가 합의만 하면 정국의 불확실성은 확실히 줄어들 수 있다. 4월까지 여야가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6월에 있을 조기대선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 원로들과 여당은 탄핵보다는 자진 사퇴가 낫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야는 정치적 해법이다 보니 4월 퇴진까지 여러 변수가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는 시점과 실제 퇴임할 때까지 박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행사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다. 국가 원로들이 내놓은 중재안은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는 동시에 대통령직은 형식상으로만 유지하고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전권을 넘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군통수권 등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총리가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 해석이 여전히 명쾌하지 않다. 특히 박 대통령이 중도에 입장을 뒤집어도 이를 막을 방법이 법ㆍ제도적으로는 없는 것도 문제다.
새누리당 비박계 유승민 의원은 2일 “박 대통령은 자진 사임과 동시에 ‘2선 후퇴’를 밝히며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부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권부터 국방ㆍ외교ㆍ안보 등 각 분야에서 권한 행사 가능성을 ‘직무정지’ 수준으로 내려놔야만 국민이 퇴진의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란 요구다.
박 대통령이 확실히 2선으로 후퇴하지 않는다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증거 인멸, 관계자 말맞추기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탄핵이냐 하야냐에 따라 특검 수사의 칼날도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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