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 탄핵소추안은]
“헌법 질서 본질적 내용 훼손
국민이 선거로 부여한 신임 배신”
세월호 7시간 문제도 포함
“국민 생명권 보장 의무 위반”
3개 법률 위반 행위 구체적 제시
롯데 등 4개 그룹 청탁 관련
‘제3자 뇌물죄’ 적용에 방점
야3당의 탄핵소추안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절대적 이유로 헌법질서의 회복을 꼽았다. 대통령직에서 쫓아내는 것에서 손상된 헌법질서의 재정립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탄핵안은 박 대통령의 11개 항에 달하는 헌법위배와 3개 법률위반 행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탄핵사유가 이미 충분하다고 밝혔다.
야3당이 2일 국회 본회의 발의에 합의한 탄핵안은 피소추자명에 ‘박근혜 대통령’을 기재한 뒤, 헌법 제1조를 탄핵소추 사유의 첫 이유로 제시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200자 원고지 177장 분량의 탄핵안은 크게 탄핵소추 사유와 헌법 위배행위, 법률 위배행위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탄핵안은 탄핵사유에 대해 “박 대통령은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중대하게 위배했으며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 남용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행위는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임과 동시에 선거를 통하여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과 신임에 대한 배신”이라며 “탄핵에 의한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박 대통령은 총 11가지 헌법 조항을 위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주권주의(1조) 및 대의민주주의(67조 1항)를 어겼으며, 법치국가원칙,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66조 2항, 69조)도 위배한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비선실세 최순실(60)씨 일가의 사익 보장을 위해 특정 공무원을 해임하는 등 공무원 임면권(78조)을 무시했고, 대기업에 미르ㆍ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강요해 재산권 보장(24조 1항) 등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탄핵안은 새누리당 비박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세월호 7시간 문제도 헌법이 정한 국민의 생명권 보장 의무 위반으로 명시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최고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점을 묵과할 수 없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탄핵안은 또 2014년 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농단’ 관련 보도 과정에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박 대통령이 언론의 자유(21조)도 침해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법률 위배 행위는 제3자 뇌물죄 적용에 방점이 찍혔다. 뇌물죄가 인정되기 위해선 관련된 청탁 행위가 전제돼야 하는데, 탄핵안은 광범위한 뇌물죄 관련 정황을 나열하지 않고, 롯데ㆍSKㆍ삼성ㆍ현대차 등 4개 그룹과 청와대의 청탁 연관성을 밝히는데 집중했다. 이외에도 최씨를 위한 박 대통령의 여러 보조적 통치 행위를 직권남용 및 강요죄로, 롯데그룹의 K스포츠 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 출연금 지출 경위는 별도 뇌물죄 혐의로 추가했다.
탄핵안의 마지막에 첨부된 참고자료 목록도 눈길을 끈다. 모두 21개의 참고자료에는 최씨 등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과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문이 포함됐고,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설립 사건과 관련된 1997년 대법원 판결문까지 들어 있다. 다만, 탄핵안 내용을 보다 구체화해 주기 위해 첨부된 14개의 언론 기사는 향후 헌법재판소 판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법률적으로 기사는 공소장 내용처럼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추가 입증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숨가쁘게 달려간 탄핵안은 이번 절차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남길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탄핵안은 “이미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임을 잃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며 주요 국가정책에 대하여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구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파면은 국론의 분열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론의 통일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탄핵소추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며,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의사와 신임을 배반하는 권한행사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준엄한 헌법 원칙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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