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8일 상정ㆍ9일 표결 최종 합의
박 4월 퇴진 밝혀도 탄핵 직진
비박 “박, 7일 퇴진 시점 표명해야”
양측 로드맵 불구 치킨게임 양상
촛불 민심ㆍ박 태도에 정국 판가름
‘9일 탄핵 표결’대 ‘7일 대통령 퇴진 표명’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두고 2일 각자 최후통첩을 날리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는 각자의 최종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간극을 좁히기 위한 협상은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은 촛불 민심에 기댄 탄핵에만, 여당은 오로지 대통령 입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야권이 탄핵안 처리 목표로 잡은 9일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촛불 민심과 박 대통령의 퇴진 시한 표명 여부에 따라 탄핵 정국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탄핵추진단장,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3일 오전 4시 10분 소속 의원 전원과 정세균 국회의장을 제외한 무소속 의원 등 171명 이름으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박지원 국민의당,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2일 탄핵소추안 발의, 8일 상정, 9일 표결’이라는 탄핵 일정에 최종 합의했다. 2017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차수를 변경해 3일 열리는 바람에 탄핵안의 국회 제출은 2일이 아닌 3일로 미뤄졌다. 탄핵소추 최종안에는 박 대통령의 위법 행위 중 핵심 쟁점이었던‘뇌물죄’가 포함됐고,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으로 헌법 상의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전날 탄핵안 발의 실패로 촛불 민심의 호된 비판을 받았던 야권은 탄핵 강공 모드로 급격히 선회한 모습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4월 말 퇴진’을 밝히더라도, 탄핵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 임기 단축과 관련한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점도 재차 못 박았다. 탄핵안으로 무조건 직진하겠다는 것이다.
야권은 탄핵 가결에 필요한 비박계엔 “더는 좌고우면 하지 말고 대통령 탄핵에 함께 할 것을 요구한다”는 압박 메시지만 보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박 대통령 퇴진 촉구 결의안을 제안하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동참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탄핵안 처리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는 박 대통령을 향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는 데드라인으로 ‘7일 오후 6시’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이 때까지 4월 퇴진을 못 박지 않는다면 9일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최후통첩문을 보낸 것이다.
결국 탄핵 정국의 관건은 박 대통령의 퇴진 시한 입장 표명 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비박계 중 탄핵 찬성에 제일 먼저 깃발을 들었던 김무성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화답이 있으면 탄핵에 불참해야 한다”는 ‘조건부 탄핵 철회’ 입장으로 돌아서 탄핵 대오는 이미 허물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비주류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 면담이나 언론사 간담회 자리 등에서 조기 퇴진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커 비주류의 탄핵 회군 규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야권은 물밑에서 새누리당 비박계를 설득해보겠지만 공개적인 협상은 갖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주말 촛불 민심이 탄핵 반대 세력으로 향할 경우 새누리당 비박계도 결국엔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야권은 탄핵 열차를 멈출 수도, 후진 시킬 수도 없다. 탈지 말지는 전적으로 비박계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공을 넘겼다. 탄핵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 특히 비박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고인 셈이다.
새누리당 비박계도 탄핵 협상에선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비상시국위는 7일까지 여야 협상을 통해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야권이 “탄핵이 먼저”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면피용 제안의 성격이 짙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역시 여야 협상을 강조하면서도 본인이 총대를 메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이동현기자 nani@ah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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