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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치 보던 교육부 왜 국정교과서 다시 밀어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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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치 보던 교육부 왜 국정교과서 다시 밀어붙이나

입력
2016.1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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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 사용을 거부하는 교육청에 특정감사를 실시하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들 교육청에서 개발 중인 역사 교재가 북한을 찬양했다며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다.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후 부실한 내용과 편향된 서술이란 비판을 받아 궁지에 몰렸던 교육부가 반격에 나선 셈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에서 국정화를 사실상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크고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정화 방침은 그대로”라고 선을 긋자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내부에서 검토했던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와 혼용하는 방안은 교육과정이 달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5년 교육과정을 적용한 국정교과서와 2009년 교육과정이 적용된 검인정 교과서 간에 내용이 달라 어렵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적용 시점을 1년 늦추는 방안도 사실상 국정교과서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결국 교육적 판단은 제쳐두고 청와대의 눈치만 본다는 얘기밖에는 안 된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은 함량 미달의 부실교과서로 드러났다. 역사학계와 교사단체 분석 결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기초적 사실 오류가 수백 건에 달했다. 뉴라이트 시각을 반영하며 친일ㆍ독재를 미화한 편향성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엉터리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배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나마 국사편찬위원회 직원들이 초고본을 보고 달려들어 수천 건을 고친 게 그 정도라니 국정교과서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미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 2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도 국정화 추진 반대가 67%인 반면 찬성은 17%에 그쳤다. 현장 검토본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서술 내용의 적절성을 물었더니 71%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교육부가 대통령 눈치를 보면서 불량 국정교과서 제작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역사 앞에 죄를 짓는 일이다. 교육부는 교육과 역사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당장 국정화 고시를 철회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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