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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패밀리’부터 ‘월드컵 단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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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패밀리’부터 ‘월드컵 단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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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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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벤트가 열리는 외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당신을 맞이해주는 사람이 누구일까. 아마도 친절한 미소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는 참가자의 손과 발이 되는 ‘숨은 일꾼’인 동시에 개최지의 첫 인상을 심어주는 창구 역할도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도 2만7,0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일부 부정적이던 한국의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그라운드 밖의 국가대표’ 자원봉사자 모집이 한창이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오는 15일까지 접수를 받고 서류심사 합격자를 대상으로 내년 1월 면접심사를 한 뒤 2월 교육훈련을 통해 최종 1,200명의 합격자를 뽑는다. 이들은 경기지원, 의료, 등록, 미디어, 마케팅, 의전 및 통역, 배차관리, 일반서비스, 관중안내, 환경관리, 교통관리, 공항안내 등 12개 직종에 배치된다.

지난 10월 충남 아산 전국체전에서도 자원봉사로 대회 운영에 힘을 보탰던 임의순(왼쪽)씨와 부인 송현자 씨. 임의순 씨 제공
지난 10월 충남 아산 전국체전에서도 자원봉사로 대회 운영에 힘을 보탰던 임의순(왼쪽)씨와 부인 송현자 씨. 임의순 씨 제공

지원자 중 이색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임의순(71)-송현자(69)씨 부부와 아들 임영림(41)씨는 다같이 이력서를 낸 ‘자원봉사 패밀리’다.

법무부 공무원이었던 임의순 씨는 2003년 은퇴한 뒤 시립박물관과 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2009년 인천도시축전을 시작으로 각종 이벤트마다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지금까지 누적된 자원봉사 시간만 4,500시간이다. 작년 5월 세계시각장애인경기와 지난 10월 충남 아산 전국체전 때는 부인 송 씨, 아들 임 씨 등 3명이 모두 함께 자원봉사를 했다. 부인 송 씨와 아들 임 씨의 누적 자원봉사 시간도 각각 2,000시간, 100시간이다. 임의순 씨는 “공직생활을 끝내고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상우(맨 왼쪽)씨는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때마다 자원봉사로 일했다. 2007년 17세 이하 월드컵 때 모습. 한상우 씨 제공
한상우(맨 왼쪽)씨는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때마다 자원봉사로 일했다. 2007년 17세 이하 월드컵 때 모습. 한상우 씨 제공

‘월드컵 단골 자원봉사자’ 도 있다.

약품 회사에서 수행비서로 근무하는 한상우(41)씨다.

그는 태권도장을 운영하다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우연히 VIP 차량을 운전하는 수송 분야 자원봉사를 맡았다. 이후 직업을 아예 운전 쪽으로 바꿨고 2007년 한국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 때도 핸들을 잡고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내년 U-20 월드컵은 앞선 두 대회와 달리 수송 분야를 따로 선발하지 않아 가장 비슷한 배차 관리 쪽에 신청서를 냈다. 한 씨는 “독립운동가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국가에 도움 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발되면 내년 대회 기간 동안에는 회사에 휴가를 낼 계획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소정의 활동비(일비ㆍ교통비ㆍ급식비)와 유니폼 정도만 제공 받는다. 서울올림픽의 경우 활동비가 1,500원이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은 1만 원이었다. 무보수나 다름없어 희생정신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지윤미 조직위 홍보팀장은 “U-20 월드컵은 스펙 쌓기 용 대학생들의 자원봉사 문화에서 탈피하려고 한다. 은퇴한 어르신이나 회사에 휴가를 내고서라도 하려는 가슴 뜨거운 직장인 등을 뽑아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고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게 목표”라며 “열정뿐 아니라 실력까지 갖춘 지원자들이 쇄도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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