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 승리 기회 마련하겠다”
기자회견 열어 ‘킹메이커’ 의지
현직 재선 포기, 현행 헌법선 처음
경기침체 탓 우클릭에 지지 잃고
테러 대응ㆍ사생활 관리도 실패
극우ㆍ보수 각축에 낄 자리 없어
프랑수아 올랑드(62) 프랑스 대통령이 현대 프랑스 정치사상 처음으로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지지율이 4%로 추락하자 재집권 의지를 꺾고 킹메이커를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프랑스에서 누가 집권 사회당 후보로 나오더라도 당선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랑드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TV생중계를 통해 “내년 대선 후보로 나서지 않기로 했다”며 “앞으로 나의 유일한 임무는 프랑스를 지속해서 이끄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낮은 지지율에 따른 낙선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의 낮은 인기를 시인한 뒤 “사회당이 보수와 극우에 맞서 승리할 기회를 만드는 데 전념하겠다”고 백의종군을 약속했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 포기는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성립 후 처음이다.
올랑드는 최근까지 재선 도전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지지율이 4%로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의 낮은 인기는 임기 말기에도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난민 위기에도 64%의 지지를 받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비교하면 수치스러운 수준이다.
올랑드는 지난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사치와 허세를 일삼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 맞서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당선됐다. 집권 초기 부유층의 소득에 최고 75%의 세율을 적용하는 등 자신의 좌파 공약을 충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프랑스 실업률이 2012년부터 4년 연속 10%를 육박하는 등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우클릭으로 선회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랑드가 노동계의 반발에도 부유세 폐지, 법인세 인하, 해고 유연화 등 친시장 정책을 밀어 붙였다”며 “올랑드의 배신에 노동계가 치를 떨었고, 사회당 전통 지지층은 붕괴됐다”고 꼬집었다.
올랑드는 테러 대응에도 실패했다. 지난해 1월에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로 12명이 숨졌고, 그해 11월 파리 테러로 130여명이 사망했다. 파리 테러 직후 올랑드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지지율은 50%까지 깜짝 상승했지만, 올해 7월 니스 트럭 테러로 84명이 사망하자 12%대로 떨어졌다.
지난 2014년 연예지 보도로 여배우 쥘리 가예와의 밀애 관계가 드러나 동거녀 발레리 트레이르바일레와 헤어지는 등 사생활 관리에도 실패했다. 지난 10월 출간한 대담집에서는 사회당 동료 의원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해 ‘배신자’ 낙인까지 찍혔다.
사회당 내부에서는 인기 없는 올랑드의 퇴진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사회당이 대선에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친(親) 기업, 반(反) 난민’을 외치는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와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8) 대표가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 프랑스 대선은 내년 4월 23일 1차 투표를 벌인 후 과반수가 없으면 2주 뒤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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