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타이거 우즈(41ㆍ미국) 였다. 8번홀까지 4언더파로 전성기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지만 나머지 10개홀 동안은 5오버파를 치며 무너졌다.
1년 4개월만에 필드로 돌아온 ‘골프황제’ 우즈는 2일(한국시간) 바하마 뉴 프로비던스의 올버니 골프클럽(파72ㆍ7,302야드)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챌린지(총상금 350만 달러)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2개를 기록하며 1오버파 73타의 성적을 냈다. 18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우즈는 1라운드에서 17위를 기록했다. 8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인 J.B 홈스(34ㆍ미국)와는 9타 차이다. 우즈 밑에는 2오버파를 친 저스틴 로즈(36ㆍ잉글랜드) 한 명뿐이었다. 우즈는 지난해 8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에 출전한 이후 허리 수술을 두 차례나 받으며 1년 4개월간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검은색 상ㆍ하의를 갖춰 입은 우즈는 수많은 갤러리의 관심 속에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랐다. 연습 그린에 있던 더스틴 존슨(33ㆍ미국) 등 동료 선수들도 연습을 잠시 멈추고 우즈의 첫 티샷을 지켜봤다.
출발은 좋았다.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벙커 주변 러프에 떨어졌으나 아이언 샷을 그린에 올려 가볍게 파를 기록했다. 3번홀(파5)에서는 세번째 샷을 홀 0.5m 옆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낚았다. 8번홀(파3) 티샷은 홀 1m 안쪽에 바짝 붙이는 등 6~8번홀에서는 3연속버디를 쓸어 담는 몰아치기 능력까지 과시했다. 재기 가능성을 낮게 본 일부 회의론자들을 머쓱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PGA 투어 통산 79승을 쌓은 ‘골프황제’의 면모는 거기까지였다. 이후로는 실수를 연발했다. 문제는 예전부터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됐던 티 샷의 정확도였다. 603야드로 이번 대회 18개 홀 가운데 가장 긴 9번 홀에서 우즈는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공이 수풀 사이로 들어갔다. 이 홀에서 한 타를 잃은 우즈는 결국 전반을 3언더파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후반 9개 홀 성적은 더 좋지 않았다. 11번홀(파5) 티 샷은 아예 웨이스트에어리어(벙커와 비슷해 보이지만 따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 놓은 곳)로 날아갔다. 두번째 보기다. 15번홀(파5) 버디로 가까스로 분위기를 바꿨지만 16번홀(파4)과 18번홀(파4)에서 연거푸 더블보기라는 치명타를 얻어맞아 결국 고개를 숙였다. 16번홀에서는 티 샷이 억새 속으로 들어가면서 2타를 잃었고 마지막 홀에서는 티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순식간에 2타를 또 까먹었다.
우즈는 이날 페어웨이를 지킨 것이 13개 홀 가운데 6차례(46.2%)에 그쳤고 그린 적중률도 61.1%로 좋은 편이 아니었다. 퍼트 수는 26개였다. 우즈는 전성기 때도 티 샷의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이번 복귀전을 앞두고서는 소속사인 나이키 대신 테일러메이드 M2 드라이버를 선택해 공을 들였지만 아직은 적응이 덜 된 상태였다.
우즈는 경기 후 “대체로 느낌은 좋았다”며 “다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지만 티샷 실수가 몇 차례 나오면서 타수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자평 했다. 이어 그는 “막판에 나온 실수들은 내가 좀처럼 하지 않는 것들”이라며 “컨디션이 좋고 아직 사흘이 남았기 때문에 만회할 여지는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24)가 선두 홈스에 1타 뒤진 7언더파 65타로 단독 2위에 올랐고 더스틴 존슨은 6언더파 66타를 기록해 단독 3위로 2라운드에 돌입한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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