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에게 정운호(51ㆍ구속 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형사사건 구명 로비를 해주는 대가로 정씨 측으로부터 뒷돈을 챙긴 의사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도형)는 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남 B성형외과의원 의사 이모(52)씨에게 징역 1년 3월에 추징금 9,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현직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금품을 요구하고 정 전 대표가 집행유예 등 선처를 받도록 법관을 여러 차례 만나 청탁까지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는 형사사법 절차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깨뜨린 중대한 범죄”라며 “범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대한민국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씨가 수사 단계부터 잘못을 시인하고 법조 비리 수사에 협조한 점, 범행 수익금을 모두 공탁한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
이씨는 지난해 11~12월 정씨의 해외원정 상습도박 사건과 관련해 집행유예 등으로 선처해 달라고 로비하고, 네이처리퍼블릭 히트상품을 베껴 판매한 피고인들의 엄벌을 청탁하는 대가로 정씨 측근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현금 9,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9월 구속 기소됐다.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은 김수천(57)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2014년 정씨로부터 고가 수입차량(레인지로버)을 5,000만원에 사들인 뒤 대금을 가족 명의 계좌로 되돌려 받는 등 정씨로부터 1억8,1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지난 9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김 부장판사가 구속되자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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