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로울 것 같았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갈팡질팡하자 분노한 국민들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이번에는 광장이 아닌 온라인이다. 공간뿐 아니라 방법도 바뀌었다. 구호를 외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대한민국 주권자로 직접 지역구 의원들에게 탄핵에 동참할 것을 청원하고 독려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등장한 ‘박근핵닷컴’은 각 지역구 의원에게 탄핵을 청원하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다. 검색창에 국회의원 이름을 입력하거나 지역구, 사는 동네를 검색하면 해당 의원 연락처, 이메일, SNS 계정 정보 등이 나타나 바로 탄핵청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2일 오후 2시30분 현재 5,000여명이 국회의원에게 탄핵 청원 메시지를 보냈고 2,400여명이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페이지를 공유했다.
박근핵닷컴 페이지 운영자는 소개말에서 “어떻게 뭘 더 해야 그녀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을 지 고민했다”며 “(여러분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탄핵에 찬성할 수 있도록 진심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힘으로 올라간 자리에 있는 이들을 국민의 힘으로 움직이는 경험을 함께 해달라”고 덧붙였다.
청원 발송 현황을 보면 국민들은 “제발 탄핵에 동참해주세요”라는 부탁부터 “탄핵하세요. 뒷감당 가능하면 반대해보세요”식의 으름장, “저기요? 탄핵 찬성 안 하세요? 3선 의원되니 뵈는 게 없으세요?”라는 분노성 글, “의원님 고맙습니다. 조금만 더 힘 써주세요”라는 응원까지 다양한 목소리들이 올라왔다.
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반응도 확인할 수 있다. 응답현황 공개를 살펴보면 2일 오후 3시까지 찬성 24명, 반대 1명, 무응답 275명이다. 아직까지는 새누리당 부산진구을 이헌승 의원이 유일하게 탄핵에 반대 의견을 보내온 것으로 돼 있다. 이헌승 의원실 관계자는 2일 오후 “기사를 보고 박근핵닷컴 사이트를 알게됐다”며 “탄핵 반대 의견을 보낸 적이 없다”고 알려왔다. ‘박근핵닷컴’의 국회의원 응답현황 부분은 이날 오후 5시쯤부터 서버 점검 중으로 결과 확인이 불가능하다.
‘대의민주주의 단점 보완!’이라는 문패를 걸어 놓은 사이트도 있다. 이 곳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탄핵 반대 새누리당 의원 명단을 기초로 제작됐다. 정당별로 색을 구분한 국회의원 300명의 이름과 함께 찬성과 반대 태그가 표시돼 있다. 태그를 클릭하면 국회 홈페이지의 의원정보 페이지로 자동 연결된다.
해당 의원에게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은 ‘박근핵닷컴’보다 떨어지지만 탄핵 찬반 의원 명단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페이지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기준 탄핵안 의결 정족수인 200명에 26명이 모자란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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