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과 유기견들이 함께 살아가는 묘지가 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 남쪽 파사이에 위치한 사르헨토 마리아노 묘지라는 곳인데요. 동물 구조단체 파사이 펍스가 나서 이곳 유기견들을 돌보고 유기견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 년전 애슐리 프루노 씨는 우연히 묘지를 지나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현장을 목격하고 , 지역의 동물 구조단체 파사이 펍스(Passy Pups)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이 묘지에 살고 있는 150마리의 개들은 대부분 굶주림과 심각한 피부병으로 털이 다 빠지는 고통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개들의 한 발은 이미 무덤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합니다.
프루노 씨와 자원봉사자들은 주말 새벽 동이 트기 전에 묘지를 방문합니다. 멀리서 애슐리 씨 일행을 발견한 개들은 한달음에 달려오곤 합니다. 이들은 개와 고양이들에게 사료와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뿐 아니라 질병이나 상처 등에 대한 의료 지원까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는 개들이 방치되는 원인에 대해“이곳은 개와 인간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곳이다 보니 개에 대한 소유권 개념도 느슨하고 개를 관리하는 데에도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때문에 프루노 씨와 자원봉사자들은 개 주인들의 의식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지역 사회의 아동부터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는 그 가족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프루노 씨는 “우리가 직접 성인들에게 가르치려 나서는 것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자원봉사자들과 지역 아동들의 노력으로 묘지 인근 주민들의 태도도 조금씩 바뀌어 가지 시작했습니다. 이제 지역 주민들도 자원봉사를 자청해 개들에게 정기적으로 먹을 것을 주거나 산책을 시키곤 합니다. 이제 지역주민들과 아이들에게 개는 ‘그저 그곳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소중한 친구가 됐습니다.
프루노 씨는 지난 해 크리스마스에 지역 아동들에게 500개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그 안에는 그림에 색칠을 하며 동물을 돌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컬러링북과 장난감, 학용품, 위생용품, 과자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물에는 그런 물질보다도 개와 인간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프루노 씨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프루노 씨와 봉사자들은 이번 주말에도 묘지로 갑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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