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갱님’ 되려고 에어비앤비 이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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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호갱님’ 되려고 에어비앤비 이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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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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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살아보라’는 에어비앤비 홍보 문구

최근 3박 4일간의 일본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황당한 알림을 받았다. 서울에 온 지 이틀 후 에어비앤비 호스트로부터 한화 약 26만원을 지불하라는 요구가 온 것이다. 일본 여행 중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오사카의 한 숙소를 이용했다. 시설이나 서비스가 빼어나진 않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돼 만족하던 차였다.

체크아웃 시 고마움을 표시한 게스트에게 호스트는 2일 후 갑작스레 불만을 표시했다.
호스트가 요청한 한화 약 26만원과 불만 내용
호스트가 제출한 증거 사진

클레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 잠금 장치 고장, 옷걸이 2개 분실, 와이파이 충전기 분실, 수건을 더럽게 이용, 변기가 막힘.

현관은 열쇠를 이용했으니 사진 속 이중 잠금 막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일이 없었다. 5개의 옷걸이 중 2개는 옷장이 아닌 방 안에서 사용 후 그대로 두고 나왔다. 한국에서 포켓파이를 대여했기에 숙소에 구비된 와이파이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이용기간 내내 변기에 휴지를 넣었고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퇴실 직전 손을 씻고 넣어둔 소량의 휴지가 변기를 막히게 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 수건을 사용 후 바닥에 던져 두고 나온 건 인정하겠다.

처음 이용해본 에어비앤비였기에 무척 당혹스러웠다. 무고함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체크인시 곳곳의 사진을 찍어두긴 했으나, 문 잠금 막대 작동 여부, 옷장 밖의 옷걸이, 변기 작동 여부 등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겼을 리 만무하다. 결제 시 청소비 항목이 있었음에도 퇴실 시에 수건을 정리하지 않았다고 돈을 물어내라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일단 호스트와 타협점을 찾고자 했다. 추가적인 팁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일본 문화에서는 수건을 깔끔히 정리해두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선 사과를 했다. 팁과 새 수건을 마련할 비용 등으로 26만원이 아닌 8만원을 결제했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고장 내거나 가지고 나온 사실은 없다는 점도 밝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자신에게 증거가 있으니 고소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추가로 12만원을 지불하라는 메시지였다.

사과와 함께 8만원을 지급했으나 고소하겠다는 대답
증거사진을 제출할 수 있으니 비용을 지불하라는 계속되는 협박

그제야 단순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속적인 요구를 거절하자 분쟁은 에어비앤비 중재센터로 넘어갔다. 고객센터를 통한 수 차례의 적극적인 항의 끝에 호스트가 어떠한 채택 가능한 증빙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쟁은 마무리됐다.

분쟁은 많은 상흔을 남겼다. 섣불리 결제한 8만원의 손해와 함께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숙소를 더럽게 이용한 사람’이라는 게스트 후기는 치욕적이었고, 약 일주일 간 지속적으로 금전적 요구를 받고 고객센터, 분쟁해결센터 등과 통화하며 받은 시간적 손해와 정신적 피로도 만만치 않았다. 반면 추가되는 여러 후기로 미루어보아 호스트는 그 이후로도 버젓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었다. 호스트의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한번 요구해본 후, 받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현재의 에어비앤비 규정 하에서 소비자는 약자다. 우선, 보증금 건으로 분쟁 발생 시 소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많은 유사 사례에서 호스트는 게스트가 여행지를 떠났을 법한 시기, 즉 퇴실 며칠 후에 비용을 청구했다. 다시 말해 게스트는 호스트가 문제 제기한 사항들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는 에어비앤비 측에서도 해당 숙소를 직접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재센터에 문의한 결과, 중재 측은 양측이 제출한 증거(사진과 수리비 영수증 등)와 에어비앤비 메시지를 이용해 대화한 내용 등을 토대로 과실을 판단한다. 호스트는 언제든 약간의 조작이 가미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반면, 게스트는 분쟁의 여지가 있는 모든 것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길 수 없다. 특히 커튼이나 전기 콘센트, 현관 이중 잠금 장치 등 숙소 이용 시 잘 이용하지 않는 부분은 고장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 이미 고장난 것을 수리한 후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 꼼짝없이 게스트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호스트의 무분별한 보증금 요청으로 받는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일단 보증금 요구가 시작되고 나면 게스트는 시간적, 정신적으로 불편함을 겪게 된다. 제기된 문제에 대해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자세히 반박해야 한다. 추가비용을 지급하지 않도록 결론이 나더라도, 분쟁이 일단락될 뿐이지 게스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호스트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게스트의 피해는 수치화하기 어려우며, 현장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호스트의 주장을 완전한 허위로 결론짓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행을 즐기는 대학생 안지수(24)씨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한 후, 갑작스레 호스트로부터 불만스런 게스트 평가와 함께 보증금을 요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 7차례의 다른 숙소 이용 때와 같이 뒷정리를 해 두고 나왔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불만을 받은 것이다. 이미 출국한 후 부랴부랴 이유를 설명하며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 안씨는 답을 기다리면서 호스트가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사진을 제시할 경우 다시 빈으로 찾아갈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호스트로부터 사과를 비롯한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증금 분쟁 외에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예약취소 문제이다. 에어비앤비는 환불정책을 ‘유연’, ‘보통’, ‘엄격’, ‘매우 엄격 30일’ 등 총 6가지로 나누어 호스트를 보호하고 있다. ‘엄격’ 등급은 입실이 7일이 남지 않았을 경우 취소해도 전혀 환불 받을 수 없다. 그 이전이라도 절반만 환불이 가능하다. ‘매우 엄격’과 같은 그 이상의 등급에서는 더 어렵다.

한 여행자 카페의 ‘레나봉봉’이란 닉네임의 이용자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한지 3일 만에 취소했으나 환불정책 등급 탓에 절반만 돌려받은 적이 있다. 아직 입실 날짜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아 충분히 다른 예약을 받을 수 있음에도 규정상 예약금의 절반만 돌려받은 것이다. 규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호스트 보호엔 철저한 반면 게스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느껴져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반대로 호스트 측에서 갑작스레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닉네임 ‘최뚜르’는 여행 일주일 전 호스트로부터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아 더 비싸고 거리가 먼 숙소를 부랴부랴 예약해야 했다. 예약금은 다 돌려받았지만 다른 피해보상은 받지 못했다. 이번 오사카 건에서도 오후 3시에 체크인이 예정돼 있었으나 체크인을 두 시간도 남기지 않고 호스트로부터 6시 이후 체크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여행 일정에 큰 차질을 빚게 됐으나 급히 다른 숙소를 예약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에어비앤비 측에 따르면 예약 날짜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을 때 호스트가 취소 통보를 한다면 전액환불 또는 타 숙소 예약 시 10% 할인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고 한다. 호스트에겐 취소 당일 예약을 받을 수 없는 정도의 페널티가 부과된다. 해외여행자의 경우 미리 예정된 숙소가 갑작스레 취소될 경우 여행 전체의 일정이 꼬여버리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호스트에 부과하는 페널티나 게스트에 주어지는 보상의 정도를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민준호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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