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퇴진 거부 땐 탈당 명분 계산도
여야 합의 안될 땐 9일 탄핵 참여
새누리당 비주류 비박계가 ‘4월 퇴진, 6월 대선’이란 당론 확정에 동조하며 야권과의 협상을 지켜보자고 한 발 물러선 것은 정국 불확실성의 제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 말 퇴진을 확약하기만 하면 국회에서의 탄핵 표결, 그 이후 헌법재판소의 인용ㆍ기각 결정 과정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불확실성을 차단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퇴진 시기가 정해지면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조기 대선 날짜도 자동적으로 확정된다. 비주류 측 입장에서 4월 퇴진은 대통령의 임기를 제한하기 위해 불명예 탄핵 절차를 밟지 않고도 탄핵 인용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동가홍상(同價紅裳)식 해법인 셈이다.
1일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와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의원들은 “4월 30일 퇴임 기간을 못박자”는 당내 의견에 동조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4월 말은 헌재의 탄핵 심판 종료시점(탄핵 가결 후 180일 이내)과 비슷한 합리적인 일정으로 예측 가능한 중요 일정(대선)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자평했다.
현재 당내에선 “곧 자퇴하겠다는 학생에 대해 굳이 퇴학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정 원내대표)는 정서가 상당히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야당 요청에 화답해 2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비박계로서도 부담이다.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 로드맵에 대한 여야 협상이 결렬되고 박 대통령도 화답하지 않을 경우엔 탈당이나 분당의 명분이 충족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불확실한 탄핵 인용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내년 6월까지 대선 준비 기간을 확보하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주류가 9일 예고된 탄핵소추안 발의에도 불참할지는 상황이 유동적이라 미지수다. 일단 비상시국위원회의 공식 입장은 여야가 조기 퇴진 로드맵 협상을 해보고 안 되면 9일 탄핵에는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비주류 진영 수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박 대통령으로부터도 답을 듣지 못하면 9일 탄핵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승민 의원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담화에서 국회가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한 만큼 진지하게 여야가 협상하고, 안 된다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박 대통령 3차 대국민담화 이후 40명의 비주류 탄핵 찬성파 가운데 동요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변수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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