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법, 공동학술대회 개최
의뢰인 비밀 보장ㆍ취재원 보호 등
수사과정서 침해할 땐 영장 제한
“압수거부 규정 등 범위 설정해야”
2. 외국에선 입법으로 해결
獨, 압수수색 규정 법에 명문화
공범 등 혐의 받을 때만 예외로
국내는 판사 성향 따라 달라져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 보장이나 기자의 취재원 보호 등 헌법으로 보호받는 권리가 수사과정에서 침해될 때 영장 청구나 발부를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전망이다. 최근 검찰이 대형 로펌을 압수수색하고 언론사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수색 하면서 ‘직무상 비밀’ 침해 논란이 일자 법원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대법원 소속 사법정책연구원(원장 호문혁)과 한국헌법학회(회장 정극원)는 2일 ‘직무상 비밀에 대한 헌법상 보호’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학계와 실무가 등의 의견을 듣고 대안을 논의한다.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나 압수거부 규정에 언론인을 추가하는 등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검찰이 롯데그룹 탈세의혹 수사 과정에서 롯데에 법률자문을 해온 대형로펌을 압수수색하자 변호사업계는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당시 “의뢰인의 범죄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로펌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발부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고 법치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번 사태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고 앞으로 상례화될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의뢰인의 비밀을 다루는 로펌에는 치명적인 일이어서, 재발을 막기 위해 영장 청구와 발부에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검찰이 언론사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한 것을 놓고도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같은 달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를 취재한 조선일보 이모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형식은 자발적 제출이었지만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뒤 이 기자로부터 휴대폰과 컴퓨터 등을 받아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법인 한결 안식 대표변호사는 “영장전담판사의 성향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가 달라지는 일을 막도록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공익과 비밀을 보장하는 헌법상 권리가 충돌할 때는 두 가지 이익을 비교해 침해의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가지는 의뢰인의 비밀유지권을 무한정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범위와 한계를 설정하자는 것”이라며 “법원이 기준을 만든다면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외국에서는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 보호권(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나 기자의 증언거부권 등을 입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변호사 행위규범’에 명시하고, 미국은 ‘변호사직무에 관한 모범 규칙’으로 정하고 있다. 독일은 기자의 증언거부권과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규정을 연방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하고 있다. 이 법은 증언거부권이 허용된 범위에서는 해당 기자나 언론사가 가진 서류나 녹취, 영상 등에 대한 압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증언을 거부한 사람이 공범이거나 범죄비호, 은닉, 장물죄 혐의를 받을 때는 예외로 한다.
사법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의뢰인의 비밀을 보장하고 취재원을 보호하려는 공감대는 법원 내부에 이미 형성돼있지만, 향후 입법을 통해 이 같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여러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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