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서문시장 전격 방문
“힘내라” “왜 왔나” 충돌 소동도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눈물을 흘렸다. 전날 발생한 화재로 잿더미가 된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둘러보고 난 뒤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현장을 떠나는 승용차 안에서 울었다는 얘기를 대통령 경호팀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회가 정해주는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때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런 박 대통령이 출생지이자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눈물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민심은 냉랭했다. 깜짝 등장한 박 대통령을 뜨겁게 반긴 상인들은 소수였다. 과거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 때마다 몰려들었던 구름 인파도, 환호와 함성도 없었다. 일부 상인들은 “박 대통령이 여기 왜 왔느냐”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주 대구ㆍ경북에서 3%까지 떨어진 박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이 적나라하게 확인된 것이다.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의 회원들은 ‘박근혜 하야’ 피켓을 들고 기습 시위를 벌였고, 박 대통령 지지모임인 ‘박사모’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맞섰다. 또 몇몇 상인이 박 대통령을 향해 “박근혜 힘내라!”고 외치고, 다른 상인들은 ‘박사모’의 플래카드를 빼앗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상인들의 복잡한 심경을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화재 현장을 조용히 둘러봤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와 대통령경호원 중 최소한의 인원만 대동했고, 청와대 출입기자는 동행시키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일부 피해 현장만 둘러보고 약 15분만에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상인 박모(56)씨는 “박 대통령이 어떻게 상인들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갈 수가 있느냐”면서 “대구가 무조건 자기 편이라고 착각하면 큰 코 다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정연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피해 상인들을 만나 손 잡고 위로하려 했지만, 화재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엔 대구시가 박 대통령의 방문을 막았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정 대변인은 “대구시가 대통령 방문을 싫어할 리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대구=배유미 기자 yum@hankookilbo.com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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