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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출범 초기 신도심 아파트를 분양 받아 살던 30대 후반의 A씨는 최근 이 아파트를 처분한 뒤 인근에 근사한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아파트가 편리하긴 했지만 커 가는 아이들은 물론, A씨 부부의 답답함이 갈수록 커져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A씨는 “아내도 취향에 맞게 단독주택을 지어 살자는데 선뜻 동의해 결정했다”며 “아파트에 살 때보다는 아무래도 신경쓸 일이 많긴 하지만 가족이 함께 여유 있게 생활하게 돼 아이들도, 우리 부부도 정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청사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40대 중반의 B씨는 요즘 아내에게 단독주택에서 살자고 설득하고 있다. 처음엔 고개를 가로젓던 B씨의 아내는 단독주택의 장점을 달달 외우며 설명하는 B씨의 설득에 못 이겨 결국 “2~3년 이내에 단독주택으로 옮기는 것을 생각해보자”고 했다. B씨는 “처음엔 아내가 아예 말도 못 꺼내게 했는데 요즘엔 한옥보다는 고풍스러운 유럽 스타일이나 모던한 형태로 짓는 게 어떠냐고 먼저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출범 초기 공동주택(아파트)에 떠밀려 수요가 거의 없었던 신도심(행복도시)단독주택 건축이 최근 몇 년새 가파르게 늘고 있다.
1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신도심 단독주택 인허가는 세종시 출범 이래 10배 이상 늘었다.
신도심 단독주택 인허가는 시가 출범한 2012년 4건이었지만 2013년에는 14건, 2014년 20건으로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37건으로 늘더니 올해는 3분기 현재 51건까지 급증해 연말까지 60건 안팎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독주택 인허가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아름동(1-2생활권)이었고, 1-4생활권 어진동(35건), 1-1생활권 고운동(27건), 2-3생활권 한솔동(24건) 등이 뒤를 이었다. 단독주택 규모는 연면적 200㎡ 이상이 47건(36.4%)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연면적 400㎡ 이상인 곳도 4곳이나 됐다. 공간을 여유 있게 만들어 지낼 수 있다는 단독주택의 이점을 십분 누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독주택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통상 신도시를 건설할 때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8~10년)가 도래한 데다 신도심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오르면서 단독주택 건축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도심 첫마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650여만원이었지만 최근 4생활권에서 완판된 아파트 분양가는 확장비를 포함해 1,000만원을 넘겼다. 단독주택 건축비가 165㎡(50평) 기준으로 보통 2억원~3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돈을 조금 더 들여 내 취향의 집을 짓는 걸 택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솔동에 사는 김모씨는 “아파트 좁은 베란다에 심은 방울토마토와 고추가 마르는 걸 보면 단독주택 마당에 제대로 된 텃밭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며 “세종은 단독주택 땅도 비싸 당장 엄두가 안 나지만 언젠간 꼭 내 집을 직접 짓고 싶다”고 말했다.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아파트 문의나 계약만 있었지 단독주택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은 하나도 없었는데 요즘에는 단독주택을 지을 땅 등을 문의하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앞으로도 아파트로 대부분 수요가 몰리겠지만 도시가 정돈되면서 신도심은 물론, 인근의 단독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4,5,6생활권에서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그 동안 단독주택 분양 실적이 나름 괜찮았지만 앞으로 갈수록 인기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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