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특검 “이번주내 특검보 인선”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한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의 수사팀 영입 1호로 윤석열(55·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가 낙점됐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는 윤 검사는 20명에 달하는 파견검사를 이끄는 수사팀장으로서 앞으로 박 특검과 호흡을 맞춰 나가게 된다.
박 특검은 1일 법무부에 윤 검사를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장은 특검법에 명시된 공식직함은 아니지만, 수사 업무를 총괄 지휘하면서 특검과 4명의 특검보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검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에 대해 대검과 경찰청 등 관계기관 장에게 파견근무 관련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기관장은 이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윤 검사는 검찰 내 손꼽히는 특수통으로 대검 중수부 2과장과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검사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8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 정호영 특검팀에 파견돼 수사를 했다. 하지만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면서 수사 진행에 이견을 보였던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집행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밀려났다. 윤 검사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조 지검장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고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박 특검과 윤 검사는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박 특검이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고, 윤 검사는 중수부 연구관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중수부 1과장은 최재경 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중수부 출신의 세 사람이 10년이 지나 ‘창과 방패’로 다시 만나게 된 셈이다.
윤 검사는 검찰 지휘부와 갈등을 빚은 이력이 있고, 현 정권을 향한 수사에 참여하는 것이 ‘보복성’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 수사팀 합류를 고사했다. 하지만 박 특검이 지난달 30일 임명되자마자 ‘삼고초려(三顧草廬)’ 수준으로 합류를 설득하면서 결국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박 특검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후배라 강권을 했다”며 “전날까지도 자신을 빼달라면서 사양하다가 막판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이날 윤 검사의 인선을 시작으로 특검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으로 20일 간의 준비기간이 규정돼 있지만, 최대한 빨리 팀을 구성해 수사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특별검사보 4명, 파견 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검사를 제외한 수사관과 경찰관 등 공무원 40명 등 총 105명의 역대 최다 인원으로 꾸려진다.
특검보 후보로는 박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 시절 손을 맞춘 검사 출신들이 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전 특검의 사례에 비춰 두 명은 검사 출신, 나머지 두 명은 판사 출신과 공직 경험이 없는 변호사로 구성될 공산이 크다. 파견 검사에는 수사의 연속성 차원에서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들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은 “특검보 인선은 이번 주 내로 끝낼 생각”이라며 “20일 준비기간을 채우면서 준비하는 것도 국민들께 죄송하고 해서 가능한 빨리 (수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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