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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할망이 푼 이야기 보따리에 어느새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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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할망이 푼 이야기 보따리에 어느새 빠져들다

입력
2016.1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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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일대 100만평 규모 조성

기기묘묘한 형상 등 2만여점 전시

제주의 과거ㆍ현재ㆍ미래 한눈에

오백장군 군상들에 감탄사 연발

2020년 설문대할망 전시관 완공

세계적 관광명소 자리매김 기대

제주 설화에 등장하는 설문대할망은 한라산 백록담을 베개 삼아 누우면 두발이 제주 앞바다 관탈섬에 걸친다는 거대 여신이다. 키가 5㎞에 달하는 그녀는 치마로 흙을 날라 제주섬을 만들었고, 치마폭 구멍 사이로 흘러내린 흙은 360개의 오름(기생화산)이 됐다. 설문대할망은 아들 오백형제를 거느리고 살았는데, 어느날 죽을 끓이다가 그만 발을 잘못 디뎌 죽솥에 빠져 죽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죽을 정신없이 퍼먹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돌아온 막내 아들도 죽을 먹으려고 솥을 젓다가 큰 뼈다귀를 발견하고, 그것이 어머니의 것임을 알게 된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막내는 애타게 어머니를 부르며 멀리 차귀섬으로 달려가 장군석이 되어 굳어 버렸다. 나머지 아들들도 날마다 어머니를 그리며 한없이 통탄하다가 한라산 영실에서 돌로 굳어 버렸다. 영실의 499장군은 지금까지도 제주섬을 지키고 있다.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제주돌문화공원 전경.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제주돌문화공원 전경.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곶자왈(용암숲지대)에 위치한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섬 탄생 신화의 주인공인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전설을 100만평 터에 녹여낸 거대한 박물관이자 생태공원이다.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 곳에 응축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돌문화공원에는 화산섬인 제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갖가지 용암석뿐만 아니라 각종 전통생활용구, 민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 곳에 전시된 자연석이나 돌 조각품들은 한개에 수백만원,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석’들로, 현재 2만여점이 전시ㆍ보관되어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입구부터 남다르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처럼 생긴 거대한 기암괴석 수십개가 우뚝우뚝 서 있는 전설의 통로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다. 이 곳을 지나면 갑자기 확 트인 벌판이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지름 40m, 둘레 125m의 거대한 접시를 만나게 된다.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죽솥’ 을 상징하는 것이다. 발길을 돌려 걷다보면 보면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돌하루방을 비롯해 수백년간 묘지를 지켜왔던 동자석, 제주에서 만든 옹기 등 다양하고 신기한 모양의 돌 조각품을 볼 수 있다. 또 오백장군을 돌로 만들어 모아놓은 오백장군 군상은 돌문화공원의 백미다. 다양한 형태의 사람 머리 모양의 자연석을 커다란 돌에 붙여 만든 500개의 돌 군상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돌문화공원 1코스 입구에 기암괴석으로 설치된 전설의 통로.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돌문화공원 1코스 입구에 기암괴석으로 설치된 전설의 통로.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돌문화공원 1코스에 설치된 하늘연못.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돌문화공원 1코스에 설치된 하늘연못.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오백장군 설화를 토대로 사람 얼굴을 닮은 자연석을 커다란 암석에 붙여 만든 오백장군 군상. 김영헌 기자.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오백장군 설화를 토대로 사람 얼굴을 닮은 자연석을 커다란 암석에 붙여 만든 오백장군 군상. 김영헌 기자.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돌문화공원 1코스에 자리잡은 돌하르방 군상. 김영헌 기자.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통해 제주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사진은 돌문화공원 1코스에 자리잡은 돌하르방 군상. 김영헌 기자.
제주돌문화공원 ‘어머니의 방’에는 10억원에 일본으로 팔릴 뻔했던 기구한 사연의 ‘설문대할망 상징 용암석’이 전시되어 있다.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제주돌문화공원 ‘어머니의 방’에는 10억원에 일본으로 팔릴 뻔했던 기구한 사연의 ‘설문대할망 상징 용암석’이 전시되어 있다.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오백장군 군상 옆에 위치한 ‘어머니의 방’에는 1.5m 길이의 제주 용암석이 전시되어 있다. 이 돌은 설문대할망이 막내 아들을 안은 형상을 쏙 빼닮았다. 하지만 불심으로 보면 부처상이고, 천주교 신자가 보면 성모마리아상이다. 결국은 모든 어머니의 모성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게 백운철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의 설명이다. 세사람이 공동소유했던 이 돌은 탐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 한 재일교포가 10억원이라는 거절하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하면서 구입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백 단장이 돌 소유주들을 만나 반드시 돌문화공원에 가야하는 이유를 대면서 설득한 결과 10분의 1도 안되는 6,000만원에 사들여 돌문화공원에 자리를 잡게 됐다.

지금은 돌문화공원이 자리를 잡았지만 22년이라는 사업기간이 말해주듯 장시간 공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3.27㎢(약 100만평)에 이르는 방대한 원시림 곶자왈지대에 펼쳐진 제주돌문화공원은 17년째 공사가 진행 중으로, 사업비도 1,537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1999년 1월 옛 북제주군(현재 제주시와 통합)과 탐라목석원이 민‧관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탐라목석원 백운철 원장(현 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은 수집품을 기증할테니 돌문화공원을 조성하자고 북군에 제안했고, 이를 지금은 고인이 된 신철주 북제주군수가 받아들이면서 극적으로 성사됐다. 당시 백 원장은 돌문화공원 부지로 30만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지만, ‘문화군수’로 정평이 났던 신 군수는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줄 문화의 터전을 지으려면 100만평은 있어야 한다”며 오히려 부지를 3배 이상 늘렸다. 그러나 소규모 군단위 지자체에서 주도하기에는 벅찬 규모의 사업인지라 진행이 더뎠다. 예산도 당초 1,800억원이 넘었지만 이러저런 일로 줄어들고 사업계획도 여러차례 수정이 됐다. 많은 고비도 있었지만 2006년 6월 3일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돌문화공원이 문을 열었다. 현재는 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의 핵심이자 22년에 걸친 대역사의 대미를 장식할 설문대할망전시관 건립공사가 한창이다.

2단계 2차 사업으로 추진 중인 설문대할망전시관 건립공사 예산은 909억원. 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의 전체 사업비의 59%를 차지할 정도로 공원의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 시설물이다. 수차례에 걸친 예산 삭감과 계획 수정, 심지어 감사원 감사까지 받는 등 많은 어려움 속에 진행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제주돌문화공원 관계자는 “오는 2020년 설문대할망전시관을 끝으로 돌문화공원 조성 사업이 완료 되면 제주의 신화와 역사, 민속 문화를 집대성한 세계적 수준의 문화관광 명소로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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