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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K팝은 그만… 해외서 재즈로 인정받은 한국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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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K팝은 그만… 해외서 재즈로 인정받은 한국 걸그룹

입력
2016.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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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싹 보이는 별'(잘될 싹이 보이는 연예인)은 수 많은 스타들이 명멸하는 연예계에서 큰 별이 될 만한 예비 스타들을 만나보는 코너다. 가요, 연기 등 다방면에서 기대되는 신인과 흥행이 예상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른 인디 밴드들처럼 서울 홍대 근처에서 시작한 바버렛츠의 진가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이들이 유튜브에 올린 로네츠(Ronettes)의 '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 커버곡이 미국과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조회수 100만뷰를 돌파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노래를 듣고 유명 헤비메탈 그룹 메가데스(Megadeth)의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먼(Martin Adam Friedman), 재즈 밴드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베이시스트였던 스튜어트 젠더(Stuart Zender)가 음악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한 것이다. 최근 한국일보를 찾은 바버렛츠의 리더 안신애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일이 자꾸 커졌다"며 웃었다.

바버렛츠는 1950~6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레트로 음악을 주로 하는 걸그룹이다. 2014년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해 해외 활동을 하며 국내보다 해외 팬을 더 많이 얻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 KBS 2TV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지난달 6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출연했다. 바버렛츠는 "언더와 오버의 중간쯤 있는 것 같다"고 자신들을 진단했다.

그림 1지난달 25일 한국일보 스튜디오를 찾은 레트로 음악 걸그룹 바버렛츠의 박소희(왼쪽부터), 경선, 안신애씨가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최희정ㆍ임성빈 인턴기자
그림 1지난달 25일 한국일보 스튜디오를 찾은 레트로 음악 걸그룹 바버렛츠의 박소희(왼쪽부터), 경선, 안신애씨가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최희정ㆍ임성빈 인턴기자

1. 스승과 제자, 코러스 가수가 한 데 모인 사연

그들은 만남부터 특별하다. 스승과 제자가 한 팀이 됐다. 안신애는 평소 관심있던 레트로 음악을 하기 위해 보컬학원 제자 박소희를 설득했다. 안신애와 함께 서울예대를 다닌 코러스 가수 경선은 전 멤버 김은혜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한 후 중간에 합류했다.

Q 왜 하필 레트로 음악인가?

안신애: 가수 데뷔는 하나의 수단이었고, 화음을 제대로 연습해서 새로운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1950년대 음악을 들어보면 대중음악에서 가장 화음이 예쁘고 교과서 같은 완성도를 보인다. 그걸 공부해보자는 게 취지였다.

박소희: 아이돌 가수를 꿈꿨다. 레트로 음악은 신애 언니의 제안으로 공부했는데 언니가 메일로 보내준 '노란샤쓰의 사나이'를 들으며 점점 빠졌다. '이런 음악은 누가 들어도 좋다고 느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경선: 함께 공연을 보러 가는데 신애가 데모곡을 들려주며 '이런 곡으로 해외 공연 다니고 싶어'라고 얘기했다. 늘 신애가 하는 음악을 좋아했고 화음이라는 작업 방식에도 흥미가 생겨 함께 했다.

Q 김시스터즈 '김치깍두기' '봄맞이' 등 복고 컨텐츠를 바버렛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인위적인 컨셉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안신애: 기본적으로 복고 컨텐츠를 옛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활용하는 악기나 녹음 방식이 요즘과 다를 뿐, 다 똑같은 음악이다. 무쪽 자르듯 시대를 구분하지 않았을 때 요즘 것과 옛날 것이 잘 섞이는 것 같다.

10년간 코러스 가수로 활동했던 바버렛츠의 경선은 "코러스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 '0'부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최희정ㆍ임성빈 인턴기자
10년간 코러스 가수로 활동했던 바버렛츠의 경선은 "코러스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 '0'부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최희정ㆍ임성빈 인턴기자

2. 한국인의 재즈, 해외에서 통한 비결

바버렛츠는 지난해 북미투어와 미국의 SXSW, 프랑스의 MIDEM 등 해외 페스티벌 공연을 다녀왔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두 차례 단독 공연을 했고, 영국 BBC '더 원 쇼'(The One Show) 생방송에 출연하는 등 바쁜 한 해를 보냈다. 2일 프랑스 렌에서 열리는 '트랜스 뮤지컬(Trans Musicales)' 페스티벌 공연에도 참가한다.

Q 국내보다 해외 활동이 두드러졌다.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 해외에서 사랑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

경선: 비욘세 급이다.(웃음) 농담이다. 죄송하다.

안신애: 외국 초청으로 공연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톱스타는 아니다. 외국인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한국 걸그룹 이미지가 아니어서 이를 좋게 봐주는 듯하다. K팝 가수들이 잘 찾지 않는 지역에서 공연을 할 때 K팝 팬들이 따라오는 경우가 있었다. 토론토 공연 때 누가 슬쩍 쪽지를 주고 가길래 봤더니 토론토를 찾은 한국 아티스트의 역사가 적혀 있더라.

박소희: 과거 미국에서 흥행하던 스타일의 음악을 동양인이 부르니 재밌어 한다. 유럽 공연 때 한국인의 재즈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는데 관객 사이에서 "너무 잘 부른다"는 반응이 나와 신기했다.

Q 해외 아티스트와 어떻게 작업하게 됐나.

박소희: 메가데스의 마티 프리드먼은 유튜브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 커버 영상을 보고 우리에게 이메일을 보내 왔다. 지난해 8월 직접 비행기표를 끊어 한국에 왔고 2박 3일 동안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함께 음악만 하다가 갔다. '라이크 아이 두(Like I Do)', '페어리 테일(Fairy Tale)', '품절남'이 그와 함께 작업한 곡이다.

경선: 마티 프리드먼이라는 거장과 작업한다는 부담 때문에 갑을 관계가 형성될 줄 알았다. 그런데 평등한 아티스트로 대해줘 우리의 음악관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자미로콰이의 스튜어트 젠더는 영국에서 우리의 공연을 보고 연락을 해왔다. 런던에서 저녁을 먹고 친분이 생겨 함께 하게 됐다. 그는 정규 2집 타이틀곡 '러브 슈즈(Love Shoes)'를 도와줬다.

안신애: 해외 뮤지션과 작업을 하면서 프로듀서와 아티스트의 관계와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웠다. 이전까지 프로듀서의 조언을 무조건 수용하는 입장이었는데 해외 뮤지션들은 가수의 가능성을 끄집어내려고 하더라. 뭐 하나를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고 풀어놓는 식이다.

바버렛츠의 박소희는 아이돌 가수를 꿈꾸던 소녀였다. 그는 보컬학원의 선생님이던 리더 안신애의 제안으로 바버렛츠에 들어왔다. 최희정ㆍ임성빈 인턴기자
바버렛츠의 박소희는 아이돌 가수를 꿈꾸던 소녀였다. 그는 보컬학원의 선생님이던 리더 안신애의 제안으로 바버렛츠에 들어왔다. 최희정ㆍ임성빈 인턴기자

3. 레트로 음악의 지속가능성은

Q 한 마이크에 세 명이 옹기종기 모여 노래를 부르는 때가 많다. 단순히 컨셉인가?

안신애: 이유는 두 가지다. 1950년대 가수들의 공연을 되새기는 의미다. 두번째는 음향 때문이다. 마이크를 각자 쓰면 각각 다른 채널로 소리가 나와 섞인다. 한 마이크를 쓰면 하나의 소리로 합쳐지는데 그 느낌이 좋다. 무대 환경이 다 달라서 매번 이 방식을 고집하기 힘들지만 이렇게 불렀을 때 소리의 생동감이 더 살아난다.

Q 정규 2집이 1집 때보다 장르적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나 여전히 추구하는 방향이 레트로 음악이다. 자극적인 컨텐츠가 늘어나는 가요계에서 바버렛츠 음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안신애: 해석하는 이들이 우리 음악을 '복고'라는 틀에 넣은 것이지, 무조건 복고 컨셉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변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고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

Q 더 시도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경선: 바버렛츠는 다른 아티스트가 보기에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ㆍ협업)하기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힙합 등 전혀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는 것도 재밌을 듯하다.

안신애: 내 머릿 속에 정규앨범 2개가 있다. 하나는 악기 구성을 피아노, 현악기, 목관악기, 베이스로만 해서 1940년대 미국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음악 같은 앨범을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앨범은 레트로 펑크 장르로 작정하고 신나는 레트로 음반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바버렛츠를 좀 더 브랜드화 시켜서 우리 공연을 오면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 같다. 국내에서 우리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환경을 더 만드는 것이 목표다.

경선: 해외 활동을 꾸준히 하겠지만 올해는 국내 활동도 많이 해서 자리잡고 싶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최희정 인턴PD (서울여대 방송영상학과 4)

임성빈 인턴PD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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