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끝난 후 경기장을 중심으로 개최지역에 조성되는 ‘올림픽 공원’은 대회가 남기는 가장 큰 유산 중 하나다. 올림픽 공원에는 경기장 외에도 높은 전망대나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한 조형물, 대형 호수 등 공원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함께 조성돼 도심 속 휴식처와 문화 관광지 역할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치른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베이징 올림픽 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올림픽 이후 모든 경기장에 올림픽이라는 명칭을 붙여 공원을 조성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올림픽’이 들어가는 명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허락 없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IOC 헌장 제7조 1항에는 ‘올림픽게임은 IOC의 독점자산이며 IOC는 올림픽게임과 연관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올림픽’이라는 명칭과 함께 올림픽 심볼, 엠블렘, 기(旗), 성화, 축가 등도 포함된다. 이에 대한 사용 승인 권한은 전적으로 IOC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IOC는 이에 대한 사용 승인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심지어 올림픽 개최국이 대회 홍보를 위해 마련한 각종 행사 명칭에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IOC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올림픽 개최국들은 ‘올림픽’ 명칭 사용을 위해 대회 시작 전부터 IOC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위원장 이희범) 역시 올림픽 명칭 사용을 놓고 IOC를 설득 중이다. 평창의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와 크로스 컨트리 스키장, 바이애슬론 경기장,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등을 묶은 ‘알펜시아 스포츠 공원’의 명칭을 ‘알펜시아 올림픽 공원’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다.
조직위는 지난해 강릉하키센터와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강릉아이스아레나, 강릉컬링센터를 묶은 ‘강릉 빙상 경기 공원’의 명칭을 IOC의 승인을 받아 ‘강릉 올림픽 공원’으로 바꿨다.
‘올림픽’이라는 명칭의 사용은 ‘올림픽 명칭 유산’이라고도 불린다. 올림픽 개최로 인해 파생된 사회, 환경, 경제 등의 각종 파급효과를 일컫는 ‘올림픽 유산’ 가운데 명칭 사용 역시 유산의 일부분이라는 의미다. 즉, 올림픽 개최 도시 내 경기장에 올림픽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것은 해당 경기장의 국제적인 인지도가 올라가 지역 홍보와 경제적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알펜시아는 ‘Alps in Asia(아시아의 알프스)’를 줄인 말로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허브이자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으로 후세에 길이 남길 동계스포츠의 랜드마크”라면서 “이 같은 점을 IOC에 적극 알리고 명칭 변경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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