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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세탁기 박사’ 조성진 LG전자 원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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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세탁기 박사’ 조성진 LG전자 원톱에

입력
2016.12.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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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1등 DNA 가전에 이식

삼성 세탁기 파손 사건 곡절도

“스마트폰ㆍ전장서도 신화” 포부

구본준 LG 부회장 보폭 확대

구광모 상무는 현 직위 유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최근 경남 창원 공장에서 생산한 세탁기 제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LG전자 제공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최근 경남 창원 공장에서 생산한 세탁기 제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LG전자 제공

고등학교도 못 갈 뻔 했다. 도자기 장인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중학교만 졸업한 뒤 가업인 요업(窯業)을 잇기를 원했다. 그러나 공학도의 꿈을 꾸던 아들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아들은 공고에 가면 요업도 배울 수 있다며 끈질기게 아버지를 설득했다. 공고에 진학 후 장학생이 됐고 이 덕에 가전 회사까지 들어갔다. 당시 입사 동료들은 인기였던 선풍기 사업 부문으로 몰렸지만, 이 고졸 신입 사원의 관심은 보급률이 0.1%에도 못 미쳤던 세탁기에 쏠렸다. 그렇게 한 우물 파기를 40년, 이 사원은 마침내 최고 사령탑까지 올랐다. 1일 LG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 사장의 인생 이야기다.

조 사장은 이날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다. 지난 1976년 입사 후 2013년 사장에 오른 그는 국내 10대 기업 중 처음으로 흙수저 출신에 고졸 평사원으로 출발해 부회장까지 오른 이가 됐다.

그는 ‘세탁기 박사’로 불린다. 그가 있는 곳은 어디든 신제품 테스트 장소가 됐다. 그는 자택과 집무실에서 수시로 주요 제품을 분해했다.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돌아가는 세계 최초 ‘다이렉트 드라이브(DD) 세탁기’(1998년)를 비롯, 세계 최초 ‘듀얼 분사 스팀 드럼 세탁기’(2005년),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2009년), 상단 드럼 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세계 최초의 ‘트윈워시’(2015년) 등이 모두 그의 집념이 낳은 산물이다.

곡절도 있었다. 지난 2014년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 세탁기의 도어 연결부위(힌지)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기소까지 되며 본의 아닌 유명세도 치렀다. 그러나 2년여 만인 올해 10월 대법원은 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CEO 자리에 오른 조 부회장은 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초(超)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 선보인 ‘시그니처’와 신성장사업으로 육성 중인 자동차 전장(電裝ㆍVC사업본부) 사업 매출도 키워야 한다. 주력 사업이지만 현재 고전 중인 스마트폰 사업 역시 안정 궤도에 진입시켜야만 한다. 조 부회장은 이날 “LG전자의 전 사업에 1등 혁신 DNA를 이식해 모바일, 에너지, 자동차 부품에서도 생활가전과 같은 신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LG전자는 이날 조 부회장 승진 이외에도 사장 승진 1명, 부사장 승진 5명, 전무 승진 13명, 상무 승진 38명 등 총 58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38명)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자 2005년(60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LG 관계자는 “대규모 인사를 통해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이 맡았던 H&A 사업본부장에는 송대현 독립국가연합(CIS)지역대표가 사장으로 승진 선임됐다. 송 사장은 조리기기와 냉장고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주요 가전 사업 성과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LG전자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H&A사업본부 산하 냉장고 및 주방패키지사업부를 통합해 주방공간 중심의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를 신설했다. 세탁기, 청소기를 담당하던 세탁기사업부는 생활공간 중심의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로 변경했다. ‘LG시그니처’ 전 제품의 통합 전략 지휘를 위해 ‘LG 시그니처 위원회’도 꾸려진다.

한편 LG그룹은 이날 구본무(71)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65) ㈜LG 부회장에게 기존 신성장사업추진단장에 더해 주력 사업의 전략을 직접 챙기는 경영회의체 업무도 주관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38) ㈜LG 상무가 승진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승진 명단엔 없었다. LG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구 상무가 빠진 것은 총수 일가이긴 하지만 충분한 경영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LG 고유의 기업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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