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기를 먹을 필요가 없다. 음식을 먹어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처음으로 상정시키는 등 대북 제재 결의안이 논의될 때마다 북한 당국의 각성을 촉구해 주목받던 오준 유엔 주재 대사가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귀임한다. 자타 공인 다자전문 외교관으로, 2013년 9월 부임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유엔 안보리는 30일(현지시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결의안 2321호를 채택한 뒤 떠나는 오 대사에게 발언권을 부여했는데, 그는 마지막 연설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주문했다. 오 대사는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부은 자금이 10억 달러가 넘는다”며 “이는 1년 동안 북한 주민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핵 개발보다는 민생을 살피는 데 주력해 줄 것을 촉구한 것. 특히 그는 “사람은 무기가 아닌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주민 생계를 내팽개치고 무기개발에 열 올리고 있는 북한 정권을 비판했다. 오 대사는 그러면서 북한 주민의 복지와 존엄성을 강조한 이번 결의안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오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 처음 상정시킨 주인공으로 2014년 12월 연설에서 “북한 주민이 우리에게는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는 말로 국제사회에 감동을 주기도 했다. 또 지난 3월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 채택 당시에는 영어 연설 도중 한국어로 북한 정권을 향해 “이제 그만하세요”라고 호소해 화제를 모았다.
안보리 회의를 마치고 가진 이임 간담회에서 오 대사는 “이제 핵 문제 해결이 통일을 위한 조건이 됐다”며 “북핵ㆍ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반도에 서광이 비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상황 변화는 우리보다는 북한에 많이 달려 있다”면서 “여기까지 온 제재를 후퇴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도 유엔 제재 체제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받는 고통은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뒤 “북한이 어느 시점에는 ‘결단의 순간’을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내년 1월 38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감하는 오 대사는 대학 강의와 함께 북한(DPRK), 개발(Development), 장애(Disability) 등 ‘3D’의 문제를 다루는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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