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선실세 前 자문관 구속 이어
동생 前 비서관도 직권남용 체포
납품 대가 브로커에게 뒷돈 챙겨
“김씨 가문의 비리는 시장 탓” 비판
검찰이 광주시의 각종 납품계약 업무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뒷돈까지 받아 챙긴 윤장현 광주시장의 전 비서관인 김모(57ㆍ5급)씨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체포하면서 또다시 윤 시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윤 시장이 이례적으로 비서관에게 납품계약 업무 권한까지 부여해 결국 김씨가 비리에 휘말리도록 한 원인을 제공했고, 측근인 김씨의 비리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김씨는 지난 10월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시장의 인척이자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전 광주시 정책자문관 김모(62)씨의 친동생이어서, 일각에선 김씨 형제 때문에 윤 시장이 또다시 대시민 사과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노만석)는 1일 광주시의 물품 등 각종 납품계약과 관련, 직권을 남용해 특정업체가 납품을 독점하도록 담당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로 김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8월부터 자신의 사촌동생인 K(52ㆍ구속)씨 등 납품계약 알선 브로커 2명으로부터 특정업체의 납품 계약을 성사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계약담당 부서에 해당 업체와 계약하도록 지시했다. 김씨는 계약 성사 대가로 K씨 등 브로커들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K씨 등 브로커들이 납품업체들로부터 로비 성공 대금(브로커 커미션)으로 납품계약 금액의 15~40%를 챙긴 점에 주목, 김씨와 브로커들이 커미션을 나눠먹기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김씨가 받은 금품의 사용처도 캐고 있다.
김씨가 통상적인 비서관으로서 역할과 업무가 아닌 시의 계약 업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데는 윤 시장이 김씨에게 관련 ‘권한’을 줬기 때문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8월 윤 시장의 지시에 따라 시가 발주하는 각종 계약 업무 추진 상황을 1주일에 한 번씩 비서관이었던 김씨에게 보고했다”는 관련 공무원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이 납품계약 업무와 직접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김씨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김씨가 계약 비리로 구속될 처지에 놓이면서 윤 시장은 정치적 부담 가중은 물론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 시장이 2014년 7월 자신의 사돈인 김씨를 비서관으로 임명할 당시 “제 식구 챙기기”, “시민정서에 맞지 않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공직사회 제도권 내로 끌어들였다가 결국 ‘사고’를 친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윤 시장이 김씨에게 계약 업무 비리에 휩싸이게 한 원인 제공자라는 비난까지 일면서 일각에선 윤 시장의 정치적 고립감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윤 시장의 비선실세라고 하는 김 전 자문관 구속에 이어 그의 동생까지 계약비리로 체포됐다는 것은 결국 김씨 형제가 그 동안 광주시정을 말아먹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데,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김씨 가문 형제들을 데려다 쓴 윤 시장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시민들에게 석고대죄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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