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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안내원이 대법원장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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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안내원이 대법원장 됐다

입력
2016.12.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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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신임 연방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수전 키펠이 29일 호주 퀸즐랜드 브리즈번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사진 촬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호주의 신임 연방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수전 키펠이 29일 호주 퀸즐랜드 브리즈번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사진 촬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5살 때 고등학교를 중퇴한 법률사무소 안내원 출신 연방 대법관 수전 키펠(62)이 호주 사상 최초로 여성 연방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29일(현지시간) 키펠 대법관을 13대 연방 대법원장으로 임명했다. 내년 1월 말 공식 취임하면 그는 113년 호주 대법원 역사상 처음으로 사법부의 여성 수장이 된다. 발표 직후 키펠 대법관은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호주 국민의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끼친다”며 “1903년 설립 이래 대법원을 이끌어온 저명한 선배 법률가들의 발자취를 따르게 돼 영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키펠 대법관은 엘리트 법조인들과 출발선부터 다른 길을 걸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54년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재정적 독립을 위해 학교를 중퇴한 뒤 비서업무를 배웠다. 이후 브리즈번 법률 회사에서 안내원으로 근무하던 중 한 변호사의 권유로 법률 공부를 시작해 주경야독하며 법학사 과정을 마쳤다. 1975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키펠 대법관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법학 석사 학위까지 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호주 법조계 ‘유리 천장(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깨면서 승승장구했다. 키펠 대법관은 1987년 법정 변호사 최고의 영예로 일컬어지는 퀸즈 카운슬(Queen’s Counsel·QC)에 여성 변호사 최초로 선정됐다. 1993년에는 최초의 여성 퀸즐랜드 주 고등법원 판사 자리에 올랐고 2007년 사상 3번째로 여성 연방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에 스튜어트 클라크 호주 변호사협회장은 “키펠은 여성 법조분야의 개척자”라고 했고, 턴불 총리도 “키펠이 걸어온 길은 다른 이에게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턴불 총리는 키펠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임스 에델만(42) 연방 판사를 지명했다. 턴불 총리는 “에델만 판사는 다른 대법관 6명에 비해 나이가 어리지만 34살에 옥스퍼드대학 법학 교수를 지낼 만큼 능력이 출중하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내년 만 70세로 의무 퇴직 연령을 채우는 로버트 프렌치 현 대법원장은 키펠 대법관에게 자리를 넘긴 뒤 은퇴한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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