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진이가 앨범 재킷 작업 그만했으면 좋겠어요.”(은지원), “예전엔 (이)재진이었는데 요즘엔 장수원이 위험해요.”(강성훈)
서로 눈치보지 않고 ‘독설’을 날렸다. 말꼬리를 잡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꼭 철부지 장난꾸러기 같다. 평균 나이 37.6세.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16년 만에 다시 모인 남성그룹 젝스키스의 모습이다.
젝스키스를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YG) 사옥에서 만났다. 이날 새 앨범 ‘2016 리-앨범’을 낸 젝스키스는 “‘커플’ 등이 음원 차트 순위에 오른 것만으로 벅차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젝스키스는 ‘기사도’와 ‘연정’ ‘학원별곡’ 등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히트곡 10곡을 새로 편곡해 앨범을 냈다. 젝스키스는 지난 5월 이재진의 매제인 양현석이 이끄는 YG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2000년 해체한 뒤 다시 모이기까지 여러 멤버들이 워낙 고생을 많이 해 새 앨범을 내는 일의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강성훈은 “산전수전을 겪다 보니 정신력이 강해지더라”며 “무엇보다 오기가 생겨 더 좋은 모습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새 앨범 활동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은지원, 이재진, 김재덕, 강성훈, 장수원 다섯 멤버와 주고 받은 일문일답.
-리메이크 앨범을 기획한 이유는.
은지원= “리메이크 앨범은 솔직히 갑작스럽게 준비됐다. 지난 9월 공연에서 ‘학원별곡’을 부르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 예전 팬들 뿐 아니라 요즘 팬들이 다 같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고, ‘아 우리 곡들이 두 팬 층을 아우르는 접점이 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신곡이 담긴 새 앨범을 내기 전에 요즘 팬들에게 ‘우리가 이런 노래를 불렀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16년 만에 낸 새 앨범을 보니 기분이 어떤가.
은지원= “오늘 처음 봤다. 신기하다. 멤버 별 카드도 들어가고, 정말 세련돼졌다. 아이돌스러워졌다랄까. 다만 재진이가 더 이상 그림을 안 그렸으면 좋겠다. 날 아저씨처럼 그려놨다. 앨범 재킷 디자인에도 많이 참여했는데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이재진은 새 앨범에 실릴 멤버 별 포토 카드에 직접 그린 그림을 그려 넣었다).”
-새 앨범 발매는 18년 만이다. 변화가 있다면.
은지원= “녹음해보니 멤버들의 소리에서 성숙함이 느껴지더라. 옛날에 낸 곡과 비교하면 감정도 더 잘 살리고. (양)현석이 형이 앨범 마스터링 등을 직접 해줬다. 우리 세대지 않나. 그래서 그 때 감성을 더 잘 살려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재덕= “책임감이 더 생겼다. 예전엔 끌려 다니듯 작업했다면, 이젠 서로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
-고지용이 새 앨범 작업에서 빠졌다. 6명에서 5명으로 줄어 노래나 랩 파트 변화가 불가피하다. 충돌은 없었나.
은지원= “멤버들이 앨범에 실린 곡을 녹음실에서 모두 부른 뒤 각자의 목소리 톤에 맞게 파트를 조율했다. 혹시나 충돌이 있을까 봐 ‘이건 네가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지 않고 ‘이건 네가 해’라고 다소 권위적으로 얘기했다(웃음).”
-’커플’의 가사가 ‘내 생에 이 시간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에서 ‘내 생애 남은 날들을 너와 함께 하고 싶어’로 바꿨다. 팬들을 위한 메시지인가.
은지원= “‘커플’은 18년 전에 나온 곡이다. 새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팬들에 더 다가가고 싶어 살짝 바꾼 거다. 많이 바꾸면 팬들이 따라 부르지 못할까 봐.우릴 기다려 준 팬들에게 좀 더 애정을 보여주고 싶었고 ‘커플’에 영어 랩도 뺐다. 원곡 속 랩이 문맥상 말이 안 되는 곳이 몇 군데 있기도 해서 전체를 바꿨다. 한글로 랩을 바꿨고, 그 부분을 재덕이가 부르게 했다. 재덕이가 요즘 잘 나가는 래퍼이지 않나. 나중에 Mnet ‘쇼미더머니’에도 내보낼 생각이다(웃음).”
-YG에서의 음악작업은 어땠나.
은지원=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음악적으로 신뢰하는 뮤지션이자 (친한)동생인데 굉장히 잘 해줬다. 용기를 복 돋아주면서. 첨단의 음악 장비도 좋고. 예전엔 작곡가에 100% 끌려 다니면서 녹음 했지만, YG에선 우리 생각이 90%가 반영됐다. 열려 있는 분위기더라.”
-기다려준 팬들이 각별할 것 같다.
강성훈= “우리를 좋아하는 해외 팬은 한 명도 없을 줄 알았다. 우리가 활동했을 때는 해외 활동을 잘 안 했으니까. 이번에 낸 신곡이 해외 차트 상위권에 올라갔다는 얘기 듣고 놀랐다.”
은지원= “요즘 새로 생긴 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신기하다. 예전엔 그냥 오빠처럼 ‘빨리 집에 가’라고 했는데, 요즘엔 어린 팬들이 인사하면 ‘예, 안녕하세요...’라며 어색하게 인사한다.”
-해체 할 때 이재진이 제일 아쉬워했다. 재결합해 소감이 각별할 것 같다.
이재진= “서른 여덟에는 편히 살고 싶었는데, 내가 이러려고 16년 만에 돌아왔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 때도 있다. 이제는 시쳇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라 운명처럼 받아 들인다. 더욱이 (양)현석이 형 회사에서 작업을 하니 최대한 최선을 다해 해보려고 한다(웃음).”
-고지용이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합류했다. 그룹 활동엔 참여하지 않았는데, 아쉽지 않나.
은지원= “기사를 보고 출연 소식을 접했다. 처음엔 서운했다. 알아보니 주말에만 촬영을 하더라. 평일엔 똑같이 회사 생활하더라. 그래서 오해가 풀렸다. 지용이 의견 존중한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김재덕= “이번 크리스마스에 맞춰 공연을 할 계획이다. 내년이 데뷔 20주년이 되는 해라 내년 초엔 신곡이 담긴 새 앨범도 낸다. 내년에 쉬지 않고 달릴 생각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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