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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For Semantic Fluency(1) (의미 전달의 구사력)

입력
2016.12.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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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alifornia주 교육청 평가(2005)를 보면 재미 한국인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중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미국 출생인 경우 한국인의 기본 능력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영어 실력 평가(English Proficiency Index)에 의하면 54개 국가 중에서 13위(2009)였다가 21위(2011)로 추락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Wes Weston는 ‘Happy Time Go Fast’라는 책에서 ‘Koreans as the worst communicators in English among 12 Asian countries’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아시아 12개 국가 중에서 영어 구사력이 최악이라는 진단이다. 재미동포나 2세들의 영어 실력이 타민족 대비 우수하다는 평가와 비교한다면 한국내의 영어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던 한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 나타나는 경제 발전과 영어 구사력과의 상관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2005년 국가별 다국적 기업 유치 통계를 보면 한국(11개)은 홍콩(1,167개)이나 싱가포르(350개)에 비해 한참 적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언어적 불편도 큰 변수다. 덴마크에서는 초등 4학년부터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6년의 교육만 받으면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한국과 영어 교육 투자 시간이 같은데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에서 원어민 교사를 두거나 English Zone이나 English Village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것은 ‘배우는 영어’의 품질에 달려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를 input English라고 한다면 그 input이 일제식 영어이고 구식 영어이니 output이 원어민 영어로 나올 수가 없다. 콩 심은데 콩 나오지 팥이 나오지 않는 이치와 같다.

Input English의 시작은 교과서의 국제화이고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영어를 그대로 담아야 한다. 즉 현지 영어 input을 해야 현지 영어 output이 된다. 부정사나 동명사를 가르쳐야 한다며 억지 문장을 도입하기보다는 어법이 얼마나 잘 쓰이는지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 국내 영문학자나 교수보다는 우리말과 영어에 능통한 학자, 현지에서 10년 이상 살아 본 학자가 현지 영어를 교과서에 담아야 한국식 영어의 한계를 벗어날 것이다. 학생들은 그런 영어를 글로 말로 익히면 어디 가서도 소통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삿짐을 나르며 ‘Easy on it’이라고 말하는데 ‘쉬운 거야’로 알아들으면 청취 실패이고 ‘살살 다루세요’로 이해하면 현지 영어를 익힌 것이다. 이렇게 배워야 예방 주사를 맞으며 ‘Easy, please’(살살 놔 주세요) 같은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것이 소위 semantic fluency, ‘내용 영어’다. 틀이나 문장 구조에 얽매인 syntax 나 문법 위주를 벗어나는 길이다.

현지 영어를 구사하면 발음에 문제가 있거나 억양이 서툴더라도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 등의 영어 발음은 한국인보다 좋지 못하다. 그러나 그들 입에서 나오는 영어의 품질이 원어 영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은 한국 사람끼리 경상도 말투로 하든 강원도 말투로 하든 소통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의 학생들은 현지 영어, 실용 영어를 배워야 한다. 교과서 집필은 2개 국어 능통자가 해야 답이 나온다. 죽어라 영어를 해도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영어는 실패한 교육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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