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최순실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윤석열(55·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내정하고, 1일 법무부와 검찰에 윤 검사의 파견을 정식 요청했다. 박 특검의 요청에 법무부 등이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윤 검사는 앞으로 최장 120일 간 파견검사 20명을 이끌면서 현직 대통령 조사 등 특검 수사의 선봉에 서게 된다.
수사팀장으로 내정된 윤 검사는 특수검사의 주요 보직을 거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꼽힌다. 대검 중수부 2과장과 1과장을 지낸 뒤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당시 수사진행에 이견이 보였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집행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밀려나 대구고검을 거쳐 지금은 대전고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능력뿐 아니라 인품에서도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검사”라고 평했다.
박 특검과 윤 검사는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당시 박 특검은 대검 중수부장이었으며, 윤 검사는 중수부 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공교롭게 당시 중수부 1과장은 최재경 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세 사람이 ‘창과 방패’로 만나게 된 셈이다.
윤 검사는 검찰 지휘부와 갈등을 빚었고, 현 정권을 향한 수사에 참여하는 것이 ‘보복성’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 수사팀 합류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특검이 지난 30일 특검에 임명된 이후 ‘삼고초려(三顧草廬)’ 수준의 계속된 설득을 한 끝에 수사팀을 맡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윤 검사의 한 지인은 “평소에도 자주 연락을 할 정도로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인데다, 박 특검의 간곡한 요청으로 윤 검사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특검은 윤 검사를 “수사를 아주 잘하는 검사”로 평가하고 있다. 윤 검사 역시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특검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탁월하고 수사에서 좌고우면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검사가 수사팀장을 맡게 됨에 따라 특검의 수사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으로 임명될 4명의 특검보가 있지만, 실질적인 수사 지휘는 윤 검사와 박 특검을 통해 이뤄질 공산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의 경우 어떤 사람이 수사를 지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현재 특검과 수사팀장의 진용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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