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만에 서둘러 자리 떠

상인들 “뭐 하러 왔나” 냉랭
박근헤퇴진대구시민행동 회원들이 1일 낮 박근혜 대통령이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구 중구 대신동 동산네거리에서 '박근혜하야' 피켓을 들고 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전격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1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화재현장에 도착, 10분 가량 둘러본 뒤 곧바로 떠났다. 이날 오후 1시29분쯤 승용차로 주차타워 건물에 마련된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김영오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의 안내로 4지구 현장을 둘러본 뒤 반대편 통로를 통해 곧바로 빠져나갔다. 종전처럼 상인들과 악수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서문시장 상인과 일반 시민들도 그 동안 박 대통령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던 것과 딴판이었다. 박 대통령에게 서문시장은 2012년 대선직전과 지난해 9월에도 방문하는 등 정치적 고향과 같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헤퇴진대구시민행동 회원들은 이날 오후 1시쯤부터 박 대통령의 방문이 예상되는 동산네거릴 서문시장 방향 모퉁이에서 ‘박근혜하야’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상인들도 대부분 “뭣 하러 오느냐”며 냉랭한 반응 일색이었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박모(56)씨는 “4지구 비대위 30여 명이 모여 있었는데, 상인들과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가냐. 피해 상인들부터 만나야지. 대구가 다 자기편인줄 아는데 착각하지 마라. 그러다 큰코다칠 것”이라고 흥분했다.

박모(56)씨는 “피해자인 상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도 없이 가는 것은 정말 너무 형식적인 방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완전 접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박모(62)씨는 “8분만에 갔다. 표정도 죽었더라. 손 흔들고 그럴 입장 아니라는 거 알기는 아는 모양이더라. 예전 같으면 상인들이 서로 손이라도 잡으려고 난리가 났을 것인데, 모두 멀뚱멀뚱 보기만 하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는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한 상인은 “그래도 왔으면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그리고 ‘무엇을 도와야 할까요’ 정도는 해야 하지 않냐”며 “여러분들도 다 보지 않았나요. 이건 정말 서문시장 욕보이는 일입니다”고 성토했다. 곁에 있던 다른 상인들은 “새누리당 일도 하던 사람인데,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러겠냐”고 맞장구를 쳤다.

한편 박 대통령 방문 현장에 갑자기 박사모 회원들이 나타나 문재인 의원과 취재진의 신분을 확인 한 뒤 특정 언론사를 제외한 기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이들은 일일이 소속사를 확인한 뒤 “빨갱이다”, “편파적이다”, “광화문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5만원을 받고 동원한거다”는 등의 말을 반복했다.

대구=배유미 기자 yum@hankookilbo.com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차에서 내린 박근혜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던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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