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는 올 시즌도 어김 없이 아산 우리은행의 독주 체제다. 1일 현재 개막 10연승으로 2위 용인 삼성생명(5승5패)과 격차는 5경기다. 기세나 팀 분위기를 볼 때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를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흔히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은행은 예외다. 1위에서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른다. 오랜 기간 선두 수성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반성’부터 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간판 가드 박혜진(26)은 지난달 30일 부천 KEB하나은행을 꺾고 10연승을 거둔 뒤 “경기 내용이 좋았으면 연승이 (가슴에) 와 닿았을 텐데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우리 연승 팀 맞나요”라고 되물으며 10연승 팀답지 않게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는 것을 멋쩍어했다.
이날 우리은행은 71-59, 12점차로 이겼다. 결과는 여유 있게 이긴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전반전에 6개의 실책을 저질러 33-35로 끌려가는 등 과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자 위성우(45) 우리은행 감독은 하프타임 동안 라커 룸에서 불호령을 내렸다. 위 감독은 “차라리 경기에서 지자. 대신 그 책임은 너희들이 감당해라”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한마디에 정신을 차린 선수들은 후반 들어 상대 득점을 24점으로 묶고 38점을 몰아쳐 연승을 이어갔다. 위 감독은 “오랜만에 제대로 악역을 했다”고 밝혔다. 박혜진은 “그 때 정말 두려웠다”면서 “(결과에 따라) 훈련 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말은 안 해도 서로 눈빛 만으로 위기가 왔다고 느꼈다”고 돌이켜봤다.
선수들이 느슨해질 때마다 감독이 경고를 주고, 이런 압박감을 선수들이 이겨내는 장면은 우리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통합 4연패를 달성하는 동안 늘 그래왔고, 현재 진행형이다. 위 감독은 “2라운드까지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구단이 별로 없었다”며 “진정한 순위 싸움은 5~6라운드에 펼쳐질 것”이라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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