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보험 계약 특수성 덕
예ㆍ적금과는 성격 달라” 주장
공정위-은행 갈등 지속 전망

기업이나 개인이 예ㆍ적금에 가압류(자산 동결)를 당하면 금융회사가 이 예ㆍ적금으로 만기 전 대출까지 상환할 수 있도록 한 ‘기한 전 채무변제 의무’ 조항을 두고 은행권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교보생명이 선제적인 약관 변경에 나서기로 했다. 보험사는 공정위가 약관 개정을 요청한 대상이 아니어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12월 19일부터 자사 가계용 여신거래기본약관의 ‘기한 전 채무변제의무가 발생(기한이익 상실)하는 사유’에서 가압류를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전 금융권을 통틀어 공정위의 관련 표준약관 개정을 자사 약관에 반영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대출을 받은 가입자의 보험금에 가압류가 걸리더라도, 소송을 통해 확정되는 본압류 이전까지는 보험금 등을 강제로 헐어 만기가 남은 대출을 상환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은행권 표준약관 개정 소식을 듣고 고객 권익 보호를 위해 약관을 고쳤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법원의 인용 결정이 쉽게 나는 가압류만으로 만기 전 대출을 상환토록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고 관련 표준약관(여신거래기본약관)을 지난 10월 개정해 시중은행들에 사용 권장 요청을 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다수 고객의 예금을 보호해야 하는 은행의 특수성을 간과했다”며 반발, 표준약관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측이 강제로 해약시키기 어려운 보험 계약의 특수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은행 예ㆍ적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표준약관을 따르지 않는 대신 개별약관에 표준약관과 다른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식의 대응방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 공정위가 시정명령 등 후속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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