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3산단, 기업 입주포기
선분양금ㆍ이자 등 250억 반환해야
재정난 이유 총 47억 상환
“이자 절반만” 협상 불구 180억 남아
어설픈 행정 탓 위약금도 못 물려
경북 포항시가 조성한 산업단지가 기업체의 일방적인 입주계약 파기로 표류하는 가운데 포항시가 수백억 원의 선분양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어 ‘악성 채무자’ 신세로 전락했다. 시는 투자유치 계약 당시 기업체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 시에도 대부분의 책임을 포항시가 지도록 하는 등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30일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2010년 12월 풍력발전회사인 ㈜동국S&C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일대 19만5,000㎡를 시가 산업단지로 개발, 284억여 원에 분양키로 계약했다. 동국 측은 2012년 8월 산단 준공 때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등 204억여 원을 납부했으나 80억 원의 잔금납부를 미루다 6개월여 만에 결국 입주를 포기했다.
포항시는 계약에 따라 원금은 물론 이자(연리 5%)까지 상환해야 할 지경에 처했다. 동국 측의 책임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계약서에 일방적 계약해지에 따른 계약금 몰수 등과 같은 조항을 빼먹었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나 수자원공사 같은 대형 공기업은 물론 개인간의 부동산거래 시에도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해지는 위약금을 물리도록 한다”며 “어떻게 이렇게 불평등한 계약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2013년 우선 17억 원을 돌려준 뒤 버텼으나 하루 이자만 280만 원에 이르자 뒤늦게 협상에 나서 원금과 지난해 말까지 발생한 이자 46억6,000만 원의 절반인 총 210억 원만 상환키로 하고, 문제의 토지를 분양해 갚기로 합의했다.
포항시는 영일만 3산단에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 등을 유치, 관련 기업 등에 분양해 빚을 갚을 계획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3산단 전체 부지의 23.5%인 4만6,000㎡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32%는 국책사업인 극한엔지니어링 연구단지와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 수중건설로봇 개발 등 로봇단지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는 이달 초 열린 정부의 제4차 중앙투자사업심사에서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사실상 불확실한 상태고, 극한엔지니어링 연구단지는 내년이나 돼야 추진 여부가 확정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민간사업자가 이달 초에서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9,910㎡의 수중건설로봇 개발사업 부지만 분양, 30억 원을 갚아 11월 현재 180억 원이 남아 있다.
게다가 전체 부지의 23.5%에 대해선 활용ㆍ분양계획조차 세우지 못했고, 부지를 소규모로 분할하면서 도로건설과 녹지조성 등에만 30억 원이 더 들어가게 생겼다. 다행히 포항시가 문제의 부지를 분양한 뒤 돈을 갚도록 했고, 분양활동이 진행 중일 때는 추가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합의한 게 그나마 성과다.
포항시 관계자는 “3산단 분양 공고를 계속 중이지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많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동국S&C와 3산단 추진 당시에도 포항에 개발 중인 산업단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며 “동국S&C의 포기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주먹구구 행정을 펼친 포항시도 책임이 큰 만큼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적극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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