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발표하자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계파 전선이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주류 친박계가 박 대통령이 직접 퇴진 의사를 밝힌 만큼 탄핵은 불가하며, 만약 비주류가 추진하는 탄핵 절차가 착수되면 지도부 총사퇴는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30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친박계는 비주류 측에 탄핵 착수를 거두라고 요구했다. 국정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법 절차에 따라 만들어 달라는 박 대통령의 담화대로 수순을 밟자는 주장이었다. 의총에서 친박계 조원진ㆍ이장우 최고위원은 “탄핵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친박계가 이처럼 ‘탄핵 절대 불가’로 돌아서자, 당 수습안 도출을 위한 협상 동력도 급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조 최고위원은 의총 중간 기자들과 만나 “탄핵에 들어가면 지도부는 사퇴할 수 없다”고 탄핵과 지도부 거취를 연계할 뜻도 내비쳤다. 조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비박계가 중심이 된 비상시국위원회 즉각 해체, 비대위원장으로 외부인사 영입 및 콘클라베(선출될 때까지 끝장토론)식 선출 등도 제안했다.
애초 친박계 지도부는 비박계의 총사퇴 요구에 ‘12월 21일 총사퇴, 내년 1월 21일 전당대회’라는 퇴진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여기에 탄핵 불가 조건을 붙여 사실상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다만 친박 지도부의 진퇴 여부 입장이 친박계 내에서도 확실히 정리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12월 21일 사퇴한다. 입이 아파 더는 말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계파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도 본보와 통화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이 불가피하며 차기 당권경쟁에 친박계가 나설 뜻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단 다음달 9일 이전까지 박 대통령의 퇴진 일시를 야권과 협상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비주류 측은 전권을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 지도부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야당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주류 측은 즉각적인 비대위 체제 전환도 재차 촉구하고 있다. 주류ㆍ비주류의 협상창구인 중진 6인협의체의 김재경 의원은 “지난 협상 결과대로 비주류가 추천하는 비대위원장 3명 중 한 명을 서둘러 선임해 전국위ㆍ상임전국위를 통한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며 “지도부 조기 사퇴가 급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가 비주류 추천 비대위원장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그나마 유일하게 계파 간 소통이 가능했던 6인협의체도 깨질 위기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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